외국기업들의 공장설립형(그린필드.Greenfield) 투자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노동시장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세계적인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도 한국에 대한 투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그린필드 투자 비중이 낮아진 이유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결여 탓' 생산성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결여가 다른 투자여건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기업의 국내 진출을 막고 있다. 후지제록스와 소니가 복사기 조립 라인과 DVD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도 국내 노동 임금이 공장을 가동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점을 반증한다. 한 외국계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정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고 노조가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등 한국의 노동환경은 세계적 추세를 거스리고 있다"며 "이는 외국기업들의 신규 공장설립을 막을 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공장들도 중국으로 이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외국계 CEO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빠르게 커가는 시장을 노리고 중국에 대한 투자를 대거 늘리고 있다. 고임금,저효율의 노동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에 투자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으로 흘러들어간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는 5백70억달러로 아시아지역 전체(9백90억달러)의 57.5%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 2000년 29%에서 2001년 44%,2002년 56%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LCD·차부품만 그린필드 투자 한국 내 외국기업들의 공장설립이 반도체 LCD 자동차 부품 등에만 몰리는 것도 문제다. 국내 업체들이 완성품으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부분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간의 균형적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그린필드 투자의 주요 실적을 살펴보면 해리슨도시바(LCD부품) 동우STI(반도체) 덴소풍성(자동차부품) JSR(LCD 소재) 포레시아배기시스템(자동차부품) 리퀴드메탈(합금 소재) 한국알박(반도체장비) 등 대부분이 부품·소재 분야에 국한돼 있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구주 취득 증가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 점도 그린필드에 비해 인수합병(M&A)의 비중이 늘고 있는 원인이다. GM의 대우자동차 인수,노르웨이 WWL의 현대상선 차운반선 사업부 인수,중국 BOE의 하이닉스 LCD 사업부 인수,론스타의 외환은행 및 극동건설 경영권 인수,뉴브릿지캐피털의 하나로통신 지분참여,BNP파리바의 신한금융지주 인수 등 해외에 팔린 국내 기업의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또 올해는 미국 씨티그룹이 17억달러를 들여 한미은행을 인수한 게 FDI 중 M&A 투자의 비중을 22.4%에서 65.8%로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