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이 줄고 취업자가 늘고는 있으나 경기 회복세가 더뎌 고용 사정이 눈에 띄게 개선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13일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의 고용 사정은 최근의 미약한 경기회복과 계절적인 요인이 맞물려 조금씩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기업들의 설비투자와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 한 획기적인 고용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재경부는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설비투자와 소비가 하반기쯤에는 살아날 것으로관측돼 고용 사정도 하반기 이후에나 개선의 폭이 커질 것으로 기대했다. ◆고용 사정 소폭 개선 추세 지속 4월 중 실업자는 80만9천명으로 한 달 전보다 7만명(8.%)이 감소했고 실업률은3.4%로 무려 0.4%포인트나 내려갔다. 1년 전에 비하면 0.1% 포인트 높은 상태다. 이는 계절적으로 농림어업과 건설업 등의 인력 수요가 늘어난 데다 경기 회복으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창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계절 조정 실업률은 3.4%로 3월과 같았으나 작년 11월의3.6%와 12월의 3.5% 등에 이어 개선되는 모습이다. 취업자수는 2천267만3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1만7천명이 증가,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같이 미약한 고용 상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은 실업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5~19세의 취업자는 21만9천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만9천명이나 줄며 전 연령층을 통틀어 유일하게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별로는 전기.운수.통신.금융업의 취업자가 1년 전에 비해 1만4천명이 줄어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51만명), 건설업(2만5천명), 도소매.음식숙박업(5만6천명)등 취업자가 크게 증가한 업종들과 대조를 이뤘다. 직업별로는 남성 사무종사자가 10만9천명이나 급감해 다른 직업에 비해 더 어려움을 반영했다. 여성의 경우 대졸 이상 실업자가 12만8천명으로 5.0%의 실업률을 기록, 고학력여성의 일자리 구하기가 매우 힘든 상황임을 시사하고 있다. ◆하반기 고용 사정 개선 가시화 고용 사정이 조금씩 개선 추세를 이어가고는 있으나 경기 회복세가 더뎌 당분간은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연초에 경제운용계획을 짤 때의 전망과 달리 상반기에 투자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따라서 일자리가 1년 전보다 50만개 이상 증가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실업률은 3.4%대에서 횡보할 것으로 관측했다.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나마 지속되면서 취업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실업률은 구직 희망자가 증가하면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수출이 예상을 뛰어넘는 두 자릿수의 호조를 지속하며 내수 부진을 어느정도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실업률이 갑자기 크게 높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출이 비록 반도체, 조선, 철강, 통신 등 일부 업종에 치우치고는 있지만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인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노사간 불협화음과 정치 불안 등은 경기 회복을 계속 지연시켜 고용 사정의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 경기 연착륙, 미국 금리 인상 등도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어 고용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고용 사정 개선이 가시화하려면 탄핵 정국이 정상화해 불확실성이 억제되고 6월이후 17대 국회가 열려 각종 현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유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해 내구소비재 구입과 외식비 지출이 살아나지 않는 등 서비스업종이 부진하다"고 지적하고 "하반기로 가야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