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17대 국회에 바란다 .. 金仁浩 <중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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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제 집권 여당과 정부에는 국정을 책임 있게 끌고 갈 기본적인 여건이 조성될 것이며 야당에도 필요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면서 필요시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이 부여될 것이다.한국의 진보세력이 원내 교두보를 마련함으로써 제도권 밖에서 논의되던 이념 논쟁을 원내로 들여와 건전한 토론을 거치면서 국정운영과 연결되게 된 것도 매우 의미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이 발휘된 선거결과라고 믿는다.
17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각별하다.
국론의 심각한 분열, 정치판도의 근본적 변화, 세대간 엄청난 갈등을 초래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시험과정을 거치면서 성립되는 국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비용을 치르며 성립되는 17대 국회에 가장 요청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 즉 의회제도를 확립하는 역사적 사명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의미의 의회제도 부활이 17대 국회에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 민주주의의 장래는 어두울 것이다.
경제적 발전도 아마 여기서 정체할 것이다.
확인할 길 없는 국민의 의사를 독점하는 거리의 정치가 의회의 정치로, 힘과 떼쓰기의 정치가 법이 지배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국정이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마무리되고 다양한 국민의사가 최종적으로 국회의 토론과정과 의결절차를 거쳐 수렴되고 그 결과에 온 국민이 승복하는 대의민주주의가 어쩌면 처음으로 이 땅에 만개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공히 신뢰받는 여당, 사랑받는 야당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여당은 총선 결과로서 나타난 국회의 의석분포가 국민의 정치적 결단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과거와 같이 일부 의원들의 이적(移籍)을 실현해서라도 보다 안정적인 원내 세력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의지를 실현하겠다는 생각일랑 애초부터 갖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만약 여당과 정부가 안정의석에 부족을 느낀다면 이는 국민들이 부여한 힘의 한계로 인식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야당도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고 견제와 균형의 묘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존립기반이 무너질 것이다.
17대 국회 재임기간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 경제권으로 진입하는 확실한 방향을 찾을 것인지 아니면 세계사의 주변으로 전락하는 길로 들어설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다.
한때 선진국 문턱까지 갔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일부 국가들의 경험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들은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번영하는 길을 찾는 데,또 우리 경제의 위기구조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놓고 고민하고 토론하는 데 밤을 지새우는 국회의원들을 보기를 진정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17대 국회의원들에게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세계경제를 보는 안목이다.
세계경제의 흐름과 그 속에서 생존하고 번영하기 위해 각국이 채택하고 있는 경제시스템의 구조적 특성과 각국이 보이고 있는 경제적 성과의 관련성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의 문제를 구조적인 시각에서 검토하고 정부와 더불어 대안을 찾아야 한다.
17대 국회는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견제기능을 보다 충실히 해야한다. IMF 경제위기의 극복은 건전재정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그러나 우리 재정은 이의 극복과정에서 건전재정 기반을 상실한데다 이미 빌트인(built-in) 된 사회복지 지출소요 등으로 가속적으로 재정규모가 늘어가는 구조가 돼있다. 재정의 건전성 부족은 그 자체로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앞으로 국가경제의 어려움이 또 올 경우 최후 보루가 재정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심각한 문제다.경기부양 목적 등 끊임없이 재정확대에의 유혹을 받는 정부를 감독하고 견제하면서 건전재정으로의 복귀를 17대 국회는 실현해 가야 한다.의회의 재정에 대한 기능은 입법권보다 선행되는 것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ihkim@kfsb.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