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거센 돌풍이 17대 총선에서 과연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에 정치권은 물론, 여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며 진보정당 초유의국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주노동당에게 이제는 `더블 디짓'(두자리 수) 의석확보마저 불가능한 꿈은 아닌 것 같다. 선거를 하루 앞둔 14일 현재 각당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은 창원을, 울산북구가 당선 안정권에, 거제, 성남중원, 부평갑은 경합중이며,정당 지지율로 결정되는 비례대표 의석은 최소한 5석 많게는 10석까지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50년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과의 치열한 3위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쟁에 휘말려 있는 기성 정당에 비해 민주노동당은 확실한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정책 승부를 벌여온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끈 것 같다"며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은 민노당 의석수가 얼마가 될 것인지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민주노동당과 지지기반이 겹친다고 보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지난 대선때와 마찬가지로 `사표(死票)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노동당을 찍으면 한나라당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선두에는 열린우리당내 개혁진영의 중심인물로 꼽히는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섰다. 그는 13일 `민노당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선거전 마지막날인 이날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다시한번 호소한다"며 열린우리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분이 결코 원하지 않았던 비극적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노당의 원내진출을 축하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굳이 한나라당을 제1당으로 부활시키고 탄핵3당에게 과반수를 넘겨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며 "신중하게 총선판세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투표행위가 어떤 거시적 정치참극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표적 보수진영의 논객인 조갑제(趙甲濟) 월간조선 편집장은 다른 논리를 세웠다.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총선이 보여준 내전적 상황'이라는 글에서 민주노동당을 `친북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촛불시위에는 친노.친북 단체가 참여하고 이를 김정일 정권과 노무현 정권의 선동매체가 응원했다"며 "일부 공무원들이 가입한 노조는 김정일 정권이 대남지령문을 내려보내 지원한, 정강정책이 친북사회주의적인 민주노동당 지지를 불법적으로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중도적 진보진영과 우익진영이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각의 편차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지만 민주노동당 바람을 우려한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생각이 일치하는셈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중도보수나 수구보수나 민주노동당의 기세를 위협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면서도 유 의원에 대해서는 대응글을 통한 `불쾌감' 표출로, 조 편집장에 대해서는 `선거후 법적 대응'으로 차별화 했다. 유 의원 지역구인 덕양갑에 출마한 정경화 후보는 당 홈페이지에 올린 `무척 초조하신가 보군요'라는 글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율 하락은 당신들이 파놓은 함정에당신들이 빠지고 있는 것"이라며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승부하지 않고 그저 이미지로만, 이벤트로만, 입으로만 정치하고 있으니 당연히 국민들이 돌아서는 것"이라고주장했다. 김종철 대변인은 "조갑제씨의 글은 악의적 명예훼손이며 동시에 색깔론을 통해민주노동당에 피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명확하다"며 "선거가 끝난 후 곧바로 사법적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