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총선을 이틀 앞둔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경비를 사설업체에 의존, 도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3일 중앙선관위와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까지 투표용지의 인쇄-보관-수송-개표 등 모든 선거 업무의 경비는 경찰이 담당했으나 이번 선거부터는 투표함 회송과 개표소 경비에만 경찰이 배치된다. 이는 양 기관 합의에 따라 투표용지가 보관돼 있는 선관위 사무실에 경찰이 상주하며 경비를 서던 기존 체제가 관할 순찰지구대에서 선관위 건물 주변에 대해 매시간 순찰을 도는 체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 선관위는 후보자 등록 직후인 지난 2-3일 인쇄한 투표용지를 열흘넘게 사무실에 보관하고 있는데 야간 경비에 경찰지원을 받을 수 없어 직원이 부족한 일부 선관위는 투표용지 야간 경비를 전적으로 사설 경비업체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오류로 사설 업체의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거나 선관위 직원의 실수로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투표용지의 도난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실제로 지난 8일 밤 11시30분께 전북 임실군 선관위 건물 주변을 순찰하던 임실경찰서 소속 전모(40) 경사 등 2명이 선관위 사무실 창문이 열린 것을 발견, 선관위직원에게 연락해 조치를 취했다. 선관위 조사 결과 투표용지를 도난당하지는 않았지만 마지막으로 퇴근한 사무실직원이 창문을 잠그지 않은 채 귀가한데다 사설 경비업체의 보안 시스템도 제대로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선관위에서는 투표용지를 이중 잠금장치가 돼 있는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지만 투표용지의 양이 많은 일부 선관위는 구식 철제 투표함이나 플라스틱 투표함에 보관하고 있어 경비업체의 보안망이 뚫리면 쉽게 도난당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직원이 밤새 지키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격무와 인력 부족으로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밝힌 뒤 "예산과 공간부족으로 캐비닛을 투표용지 양에 맞게 비치하기 어려우며 철제 투표함도 캐비닛만큼 무거워 들고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예전과 달리 후보나 국민들의 의식이 많이 성숙해져 어느 누구도 투표용지를 훔쳐 선거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전문 절도범은 사설경비업체 보안시스템을 짧은 시간 안에문제없이 뚫고 들어가는 만큼 선관위 직원들의 책임있는 경비 근무가 필요하다"고말했다. (전주=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min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