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이 미국 주도의 연합군과의 싸움에서 이라크내 외국인 납치라는 새로운 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미군 해병대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팔루자에서 지난 수일간 어린이 46명과 여성 157명 등 모두 518명의 이라크인이 숨지고, 1천224명의 민간인이 부상한데 따른 반격의 성격이 짙다. 납치범들은 미군이 바드다드에서 서쪽으로 50㎞ 떨어진 인구 30만명의 팔루자에서 철수하고, 주거지역에 대한 폭격 및 무차별적인 총격을 중단하면 인질들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저항세력들은 외국인 납치를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중단시킬수 있는 카드로 보고 있는 셈이다. 무장세력들은 현재 이라크에서 35명의 외국인 인질을 억류중이며, 이중 3명의 일본인에 대해서는 이라크에 파병된 자위대를 철수하지 않을 경우 24시간내에 인질 한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서 납치된 영국인 게리 틸리가 석방되고, 연합군에서 일해온 아시아 국적의 운전사들이 석방된 것과는 대조적으로 피랍 일본인들의 경우 소재도 파악이 안되고 있다. 특히 독일 정부가 11일 실종된 자국민 2명이 사망한것 같다고 발표함에 따라 외국인 인질들의 신변위험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국인을 납치한 저항세력중 일부는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포위망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반면 일부는 연합군의 이라크 철수를 요구하고 있으며, 각국 대사관 직원과 외국인 회사직원들은 폭력사태가 계속되는 등 치안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이라크에서 철수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요르단의 암만에 인질 구조본부를 설치하고, 인질석방을 위해 적극 나서는 한편 공식성명을 통해 자위대의 이라크 철수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포위망 해제와 미군 철수 그리고 일부 이슬람 정당 및 유력인사들의 중재노력이 계속될 경우 수일내로 인질들이 석방될 가능성도 있지만 치안상황이 악화되고, 외국인을 납치한 저항세력간에 통합된 지도부가 없다는 점은 다른 도시에서도 납치사건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일본인을 납치한 저항세력 `사라야 알 무자히딘'이란 단체가 10일 발표한 성명은 일본 정부의 이라크 파병과 이에 반대하는 여론간 괴리를 더욱 넓히면서 여론의 압력을 통해 자위대 철수를 관철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정부라면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이라크 정책을 맹비난하면서도 `인질가족들의 고통'과 `일본여론을 존중해' 인질들을 석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과거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해 일본인들에게 피해를 안겨준것과 같은 사건이 현재 팔루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여론의 동정을 얻으려는 시도를 했다. 일본의 한 중동전문가는 "납치범들이 수사당국이 자신들을 체포하지 않는다면 인질을 풀어줄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한 반면 다른 분석가는 "이 단체는 일본인이 납치되면 일본 여론이 자위대 철수쪽으로 기울 것으로 계산한게 틀림없다"며 일본 사정에 정통한 단체라고 해석했다. (바그다드.도교 신화.AFP=연합뉴스)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