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자국민 피살사건을 계기로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군사작전이 보복성격이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군의 군사작전이 인구가 밀집한 도심지에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면서 무고한 인명피해가 속출해 이번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불법성 및 전쟁범죄 논란이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군은 지난 5일부터 탱크, 공격용 헬기 등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저항공격을받아 사망한 자국민 4명의 시신이 성난 군중들에 의해 훼손된 사건이 있었던 팔루자에서 전례없이 강도높은 공세작전를 벌이고 있다. 미군은 1천200여명의 해병대 병력과 이라크 민방위군(ICDC) 병력을 투입해 30만명이 거주하는 팔루자를 봉쇄한 채 범인색출을 명분으로 마을장악을 위한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근 사흘간 최소 75명이 사망했다고 현지언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군이 7일 사원이 위치한 팔루자 시내 주거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하는 무모한 작전을 벌여 수십명을 사상케 한 것으로 알려져 팔루자 봉쇄작전이 시작된 후 이날까지 사망한 주민 수는 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번 작전에 대해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자국 병력이 팔루자의 일부주민을 체포하고 저항하는 사람을 사살하고 있다며 작전이 정당성을 띠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확산되는 여론은 팔루자에서 미군이 진행하는 모든 작전은최근 미국인들이 피살된 것에 대한 분풀이 이외의 어떤 의미도 없기 때문에 전쟁범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쿠르드족 학살 혐의가 있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함께 이번 작전결과를 책임져야 할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미 행정부지도자들도 전범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바그다드 알-자드리아 거리에 거주하는 사딕 오베이드(30)는 팔루자 사태에 대해 "미군은 지금 분풀이를 위해 이라크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팔루자에 사는 사촌들과 통화를 계속 시도했지만 미군이 통신선을 모두 끊어 연락이 두절됐다는 그는 "미군은 탱크와 헬기와 미사일로 주민들을 마구 살해하고 있다"며 "그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민주주의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팔루자에서 바그다드 직장으로 출퇴근해오다 미군의 봉쇄조치로 집에 가지 못하고 있다는 알리 무함마드 압둘라(25)는 "미군의 공격으로 사흘동안 어린이만 10∼30명이 죽었고, 전체 사망자는 100명이 넘는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또 "아들과 형제를 잃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미군에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 팔루자 주민들의 한결같은 의지"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근 팔루자에서 피살된 미국인들은 모두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라고들었다며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한 여론공작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미군과 동맹군의 무모한 작전은 팔루자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인 마크 키미트 준장은 지난 4일 나자프에서 미국 동맹군과 시아파 시위대간의 무력충돌이 있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무기를 들고 폭력으로 저항하면 추적(Hunted down)해 죽일 것(killed)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키미트의 이 발언을 계기로 미군의 공세작전은 강도를 더했다. 현지 분석가들은 미군이 공세를 강화하면 할 수록 더 큰 저항을 불러와 무고한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며 최근 들어 유혈충돌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이 이에 대한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추종하는 시아파의 무장봉기가 시작된 나자프와바그다드 사드르시티 지역에서 사망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이라크인들이고, 이들중상당수는 어린이 등 무고한 민간인들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무고한 인명피해가 급증하자 자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라크 수니파 지도자들의 협의체인 이슬람 울라마 기구(OIUI)는 7일 이례적으로 동맹군과 저항세력 양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 울라마 기구 창설 회원인 셰이크 하산 알-누아이미는 아랍어 일간 아자만과의 회견에서 "부녀자와 노인, 어린이들이 많은 도심지에서 싸우는 것은 정말로 현명치 못한 일"이라며 도심충돌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라크에서는 소수 종파 지도자에 속하는 프트로스 하다트 신부도 이 신문과의인터뷰에서 "이라크인들의 피를 흘리게 하는 모든 폭력을 끝낼 수 있도록 이라크내의 모든 종교와 종파가 힘을 합치자"고 호소했다. (바그다드=연합뉴스) 박세진특파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