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미국 대통령선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존 케리 연방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70년대 반전운동에 뛰어들었을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그를 미행,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었다고 22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FBI 정보관련 문건을 입수, 분석한 결과 베트남전 당시 리처드 닉슨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미 전역에서 반전운동을 한 케리 상원의원이 1년여동안 FBI요원들로부터 면밀히 감시받았다고 전했다. 해군장교로 베트남전에 참가, 은성ㆍ무공훈장 등을 받은 케리가 전역후인 1971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해 전쟁을 신랄히 비판하는 증언을 하자 FBI는 수개월뒤 그가 주도한 반전운동단체인 '전쟁을 반대하는 베트남전 참전용사들(VVAW)'에 요원들을 침투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FBI 관련서류들은 워싱턴 D.C.와 캔자스시티, 오클라호마 시티, 일리노이주 어배나 등 케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FBI요원들과 정보원들이 따라붙어 그의 발언내용을 기록하고 그와 동료 반전운동가들의 사진을 채증, 에드거 후버 FBI국장과 닉슨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LA 타임스는 그러나 연방수사국 서류들은 케리가 법을 위반했다는 정보나 이를시사하는 내용을 담고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에 대한 사찰활동을 중단키로 한 FBI 결정과 관련한 1972년 행정명령은 "(케리가) 어떤 폭력적 행동에 연관돼 있음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이와 함께 신문은 케리 상원의원은 자신이 FBI 사찰대상이었음을 오랫동안 알고있었으나 정확한 내막은 지난 주 알았다고 덧붙였다. FBI의 케리 사찰 관련 정보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지역에서 저술활동을 하고 있는 제럴드 니코시아가 수 천쪽에 달하는 견문보고서를 입수, 그 일부를 타임스에제공하면서 알려졌다. 그가 제공한 문건 가운데 1971년의 한 견문보고서는 FBI 정보 관계자들이 VVAW를 '신 좌파(New Left)'로 언급, "(사회질서를) 파괴할 만한 영향력이 충분히 있음을 보이고 있어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음"이라고 보고했다고 타임스는 전하면서 이 서류들은 30년뒤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한 개인에 대해 지시된 미연방 감시당국의 활동 범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역사가들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또 FBI 문건은 케리 후보가 VVAW 전국집행위원회 지도부를 떠난 날짜를를 포함, 반전활동 일부에 대한 그의 기억이 부정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케리후보는 그가 1971년 여름 반전단체를 떠난 것으로 밝혔으나 관련 서류는 그 해 늦가을까지 반전활동을 중단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케리 상원의원은 인터뷰에서 "(내게 대한 FBI의) 사찰정도에 놀랐다. FBI의 개입으로 불쾌하다. ... 이는 헌법 위반이며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날 FBI는 에드가 후버때의 FBI가 아니다. FBI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앞줄에 서있다"며 "그러나 평화적이고 애국적인 항의시위에 종사한 행동에 대한사찰활동 경험은 시민 자유와 헌법을 훨씬 더 존중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문은 마틴 루터 킹 목사를 포함한 반전ㆍ민권운동가들에 대한 FBI 사찰이 1972년 후버국장 사망 이후 드러난뒤 그같은 폐단을 막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착수 명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 특파원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