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급 차질 우려감으로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걸프전 직전수준까지 치솟으며 13년5개월만에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석유값이 끝모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유가 강세는 탄핵정국과 원자재 수급불안, 내수 침체 등으로 가뜩이나어려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 수출채산성 악화, 서민경제 불안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미 내주부터 차량 자율 10부제 시행 등 자발적인 에너지절약을 골자로한 비상수급 1단계 조치를 가동키로 했다. ◆국제유가 급등 = 18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현지에서 거래된 WTI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0.73달러 급등한 38.18달러를 기록했으며 북해산 브렌트유도 34.41달러로 0.78달러 올랐다. WTI의 경우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90년 10월 16일 38.89달러 이후, 브렌트유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밴드제 도입 당시인 2000년 11월 15일 34.50달러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반면 시장소식이 하루늦게 반영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0.09달러 내린 30.86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날 유가 급등으로 10일 이동평균치는 WTI 36.82달러, 브렌트유는 33.21달러,두바이유는 30.70달러로 상승했으며 올 평균 유가는 전년 대비 WTI 7.07달러, 브렌트유 5.71달러, 두바이유 4.07달러 뛰었다. 선물시장에서의 유가 강세도 두드러졌는데 뉴욕선물시장(NYMEX)의 4월물 WTI는장중 한때 배럴당 38.35달러까지 치솟다가 0.70달러 오른 38.18달러에 마감됐다. 90년 10월 16일 38.89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고가다. 런던선물시장(IPE)의 브렌트유는 0.85달러 뛴 33.53달러에 거래돼 작년 3월12일이후 최고 종가를 나타냈다. ◆강세요인 = 이날 국제유가 급등은 미에너지정보청(EIA)의 주간 석유재고 발표에서 휘발유 및 중간유분 제품 재고가 전주대비 80만배럴, 90만배럴 각각 감소한 1억9천960만배럴, 1억1천180만배럴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평균 원유 수입량도 29만배럴, 정제가동률은 1.5%포인트 떨어졌다. 원유재고가 160만배럴 증가했지만 석유제품 공급 차질 우려감을 해소하기에는힘이 부친 모습이었다. 지난주 스페인 테러발발로 세계적인 테러 위협 고조와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수요 확산속에서 석유제품의 수급불안은 트레이더들의 매수세를 촉발, 유가상승을부채질했다. 지난달초 OPEC이 기습적인 감산을 결행한 이후 이달말 열리는 총회에서 또한차례 감산을 시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시장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전망 = 최근의 유가 강세에 한국석유공사는 "도대체 예측을 못하겠다"며 난감해 했다. 공사 구자권 해외조사팀장은 "이라크 북측지역에서의 수출재개, 미국에서의 원유재고 증가 등 분명 유가 하락요인이 존재하지만 전혀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은 유가 강세 추이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2분기부터는 두바이유가 25-26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지금같은 분위기로는 2분기도 낙관할 수 없고 유가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우려했다. 정부는 두바이유의 10일, 20일 이동평균선이 30달러를 넘어섬에 따라 승용차 자율 10부제 시행, 2천100개 에너지다소비업체 수요관리 등 에너지절약 1단계 조치를내주부터 시행키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