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의 가격이 중동산 두바이유나 북해산 브렌트유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작성한 `국제 원유가 격차 확대 원인'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WTI의 가격은 브렌트유나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3∼4달러 가량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최고 8달러까지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25일 현재 WTI는 배럴당 37.28달러로 브렌트유의 32.46달러에 비해 4.82달러가 높았고 두바이유의 29.46달러보다는 7.82달러나 웃돌았다. 지난 2월 말에도 WTI가 브렌트유보다 3.14달러, 두바이유보다 6.14달러 각각 높았고 이달 5일에도 각각 2.91달러와 6.61달러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지난 2001년 말의 격차인 0.61달러와 0.93달러, 2002년 말의 1.09달러와 4.49달러, 작년 말의 2.21달러와 3.75달러에 비해 대폭 확대된 것이다. 한국은행은 그 이유로 ▲미국의 경기 회복과 동절기 한파로 인해 수요가 늘었고▲해상운임 급등으로 브렌트유나 두바이유의 수입단가가 높아져 WTI를 대체할 석유가 없으며 ▲뉴욕선물시장에서 투기세가 붙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국제 해상운임이 작년 8월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있어 두바이유나 브렌트유 수입에 드는 비용이 적지 않아 미국에서는 불가피하게 WTI를 소비할 수밖에없으며 이는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현재 뉴욕선물시장에 몰려 있는 투기자금은 2000년 이후 평균치의 2배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들 자금이 WTI를 대상으로 순매수를 지속해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밝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의 정유업체들이 난방유 증산을 위해 휘발유 정제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일부 정유시설은 고장으로 인해 가동되지 않아 휘발유 가격이 높아졌다"고 전하고 "이는 휘발유 정제용 수요가 많은 WTI 가격의 동반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근영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