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IBM과 비메모리 부문에서 기술제휴를 맺은 것은 그동안 메모리 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비메모리 부문을 본격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기술제휴의 대상인 IBM이 인텔과 함께 비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최정상을 다투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비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연간 1천4백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황금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휴를 발판으로 오는 2007년에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규모는 올해(1조2천4백억원 목표)의 다섯배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제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90나노 로직 공정기술을 IBM으로부터 도입하되 65,45나노 로직기술은 IBM 인피니언 차터드 등 3개사와 공동 개발키로 한 것. 차세대 공정기술 개발은 미국 이스트피시킬에 위치한 IBM 3백mm 반도체 기술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개발 후에는 각 사의 자체시설에서 활용된다. 나노공정은 최근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한시라도 빨리 따라잡아야 할 기술 영역으로 꼽혀온 것이 사실. 하지만 개발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드는데다 실패 가능성도 적지 않아 비메모리 분야에 취약한 삼성전자로선 강력한 제휴 상대를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제휴는 첨단 기술개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비용절감 효과를 극대화하는 '일석이조'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여기에다 메모리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와 최정상급의 비메모리 경쟁력을 지닌 IBM이 전격적으로 손을 잡고 90나노 이후의 첨단 로직기술에 대해 동일한 로드맵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시스템LSI 로직기술의 표준을 주도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경우에 따라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메이저 기업으로 올라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0나노 이상의 공정기술은 난이도가 너무 높고 개발 기간도 길어 단독으로 진행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컸다"며 "이번 기술제휴로 메모리 사업과의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메모리와 시스템LSI를 망라한 초일류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