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52)이 내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강권석 금감원 부원장과 정기홍 전 금감원 부원장, 박철 전 한국은행 부총재 등 3명이 행장 후보로 확정됐으나 이들 중 누가 뽑힐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우리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회장 선정을 위한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5일 오후까지도 회의를 열지 못한 채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주문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최종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주된 요인은 '여론의 향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일부 정치권의 번복요청에다 기업은행장 인선과 조율을 위한 시간 소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발표된 금융산업노조와 참여연대의 '황 사장의 회장 선임에 반대한다'는 성명서는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 우려'를 내세운 이들의 주장을 묵살하기엔 부담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이재웅 추천위원장(성균관대 교수)은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노조 및 사회단체의 반발이 신경 쓰인다"고 말해 사회 일각의 반대 움직임이 발표를 지연케 하는 요인임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이 부분이 다소 신경 쓰이지만 시장의 신뢰와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말해 황사장 내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여론의 반발'을 들어 재의를 요청한 관계자들은 아무래도 선거를 코 앞에 둔 정치권과 청와대 일부인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논란'은 선거기간 중에도 이슈가 될 공산이 커 공연히 긁어부스럼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금융 회장은 철저하게 능력위주로 선임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말해 '황영기 회장' 선임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럼에도 선임사실 공표가 늦어지는 것은 기업은행장 인선과 조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다. 또 황 사장 내정에 대한 여론의 역풍을 잠재우기 위해선 시간벌기가 필요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나오고 있다. 한편 정찬용 청와대 인사수석은 기업은행장 인선과 관련, "정기 인사추천위원회가 열리는 다음주 목요일(11일)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국책은행장인 만큼 후보의 면면을 좀더 따져보고 다음주 초를 전후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세 명의 후보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있는 강권석 부원장은 옛 재무부와 금감위 출신으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옛 재무부 금융정책과장으로 일할 때 이재2과의 저축은행 담당 사무관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전 부원장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지역안배 차원이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부총재는 이번에 기업은행장이 안 될 경우 금통위원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후보 검증절차가 끝난 뒤 기업은행장이 확정될 것"이라며 "만약 두 명 이상의 후보 중 누구라도 괜찮다는 통보가 청와대에서 올 경우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평가점수에 관계없이 인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ㆍ하영춘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