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을 보면 경제는 아랑곳없이 총선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듯하다. 해도 너무하다고 판단해 경제학자들이 "이제는 경제다"라는 직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변한 것이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분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 총선에 올인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아직도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거슬러가며 경제위기를 대처할 결단이 없는 듯하다. 물가가 심상치 않고 부동산투기가 이제는 토지투기로 몰리고 있다. 몇몇 수출업종을 제외하고는 경제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럴 때일수록 문제의 실마리는 행정부와 집권당에서 풀어야 한다. 대통령의 지위는 무소불위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물가상승은 우리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전 정권에서 실업률 완화를 위해 건설업을 부양하다보니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근본대책을 세우지 않고 세제정책에 의존하다보니 부동산 가격은 아직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 전셋값 폭등을 임대료 세금 인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이, 결국 상점이나 건물의 임대인에게 전가돼 임대료는 물론 물가가 크게 올랐던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시 식당에서는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임대료를 먹고 있다"는 말이 나돌기까지 했다. 부동산값을 잡기 위해서는 그 원인이 됐던 그린벨트 해제, 아파트 재건축 허가 등 선심정책을 원위치로 돌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일부 수출업종이 언제까지 성장(국내총생산ㆍGDP)에 기여할지도 의문이다. 이들 업종중 상당수가 생산기지를 외국에 옮기려고 하고 있다. 국내에 유입되고 있는 해외자본은 오히려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마나 설비투자가 아닌 투기성 자본화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제가 잘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부터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고용창출에 정책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정책 신뢰도를 높여야 국민들이 이를 믿게 된다. 청년 실업대책에서 13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으나, 실업대책의 서두에 정부에서 제시한 취업계수를 적용하면 2만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관련법을 개정해 의결정족수를 출석 과반수로 완화, 노정 또는 사정간의 의견일치만으로도 구속력 있는 '결의'를 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경우 노조가 강경하게 반대하면 결국 사용자만이 이를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중 어느 나라도 이러한 과다한 정부개입에 의해 삼자주의가 성공한 적이 없다. 영국의 전 총리 대처도 노사관계개혁을 5~6차례에 걸쳐 입법해, 현재 영국의 상생의 노사관계 기초를 쌓았다. 즉 정부가 의회를 설득해 입법화하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다. 노사정위원회를 편법으로 운용해 어느 누구에게도 지탄을 받지 않고 노사관계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인기영합식' 발상으로 보여진다. 즉 이해당사자인 노사를 설득하기보다는 정부가 나서서 개혁을 주도해야 한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는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총선용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시키려면 '인기영합'이 아닌 실천가능한 일관성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현재 외국자본의 국내유입보다 더 절실한 문제는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주요 수출기업의 해외도피를 막는 길이다. 동북아 중심 국가로의 구상을 현실화하고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도,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의 실천에 앞장 서 줄 것을 당부한다. 행정부와 정치권이 "이제는 경제다"라는 경제학자들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 jwk569@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