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석유제품 재고 감소 소식에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가 12개월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올초 겨울철 난방수요 급증과 세계경기 회복 등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상승세가이달초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기습 감산결정으로 요동친뒤 다시 하늘높이 치솟고있는 셈이다. ◆유가 급등 =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 현지에서 거래된 WTI 현물가격은 전날보다 무려 1.40달러 급등한 37.44달러를 기록, 이라크전 발발전인 작년 3월7일 37.79달러 이후 최고가를 나타냈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0.93달러 상승한 32.40달러로 작년 3월 12일 34.06달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올 최고가였던 WTI 36.06달러(1월 26일), 브렌트유 31.76달러(1월23일)를 불과한달만에 경신한 것이다. 중동산 두바이유는 0.21달러 하락, 29.11달러에 장을 마쳤으나 시장소식이 하루늦게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27일 이후 올 최고치(1월13일 29.73달러) 경신은 물론30달러선 돌파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물가는 전월대비 두바이유 0.23달러, 브렌트 1.38달러, WTI 3.20달러 상승했으며 작년 평균가격보다는 두바이유 2.32달러, 브렌트유 3.70달러, WTI는 무려 6.33달러 뛴 것이다. 뉴욕선물시장(NYMEX)의 4월물 WTI와 런던선물시장(IPE)의 브렌트유는 각각 1.10달러, 0.76달러 오른 35.64달러, 31.57달러로 강세를 보였다. ◆급등 요인 = 최근의 유가상승은 미국의 석유제품 재고 감소에 따른 수급 불안우려 때문이다. 올초 급등세를 보이다 이달초부터 서서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지난 1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하루 100만배럴 기습감산 결정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오다 16일 미국 BP사의 정제시설 가동중단 사태를 맞아 수급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이를 증명하듯 이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조사 결과 원유재고는 변동이 없었던 반면 휘발유 재고와 중간유분 제품재고는 전주 대비 160만배럴, 110만배럴 감소한 2억340만배럴, 1억1천140만배럴을 기록했다. 하루 생산량은 전주보다 4만7천배럴 감소한 837만배럴로 휘발유 수요(880만배럴)에 크게 못미쳤다. 게다가 미국 대형 정유사들의 정유시설 정기유지 보수로 정제 가동률이 3% 떨어지면서 트레이더들의 매수세가 폭발했다. 유스기안토로 OPEC 의장이 "현재 고유가에도 불구, 회원국들은 4월 감산합의를관철시켜 나갈 것"이라며 감산의지를 재확인한 점도 유가 급등을 촉발한 요인이다. ◆전망 = 이같은 고유가는 매년 2월말부터 동절기 수요가 줄어들면서 하향안정세를 보이던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석유공사는 최근의 상승폭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석유공사 해외조사팀 정을래 대리는 "세계 경기회복으로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도 유가 안정세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내달말까지는 이같은 고유가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가안정은 북반구 지역의 동절기가 끝나는 2분기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석유공사는 이달초 25.8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상향조정한 올 평균 유가전망을일단은 2.4분기까지 지켜본뒤 재조정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한편 산업자원부는 "최근의 고유가가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를 판단해야 한다"면서 2주이상 30달러선을 상향 돌파하면 유가상승분의 제품가격 반영, 할당관세 부과 등 비상수급대책을 가동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기자 yks@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