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는 언제나 인류 역사에 크나큰 변혁을 일으켰다. 금속활자는 종교개혁을 가져왔고,TV는 이른바 지구촌시대를 열었다. 가장 최근의 뉴미디어인 인터넷 또한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놓고 있다. 인터넷은 시ㆍ공간의 제약 없이 동시다발적 정보 발신을 가능하게 하는데다 누구라도 정보의 공급자가 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인터넷은 익명성을 전제로 함으로써 확인되지 않은 정보나 그로 인한 피상적 말초적 단세포적 인신공격을 유발한다. 모든 일엔 전후좌우 사정과 원인이 있는 법인데 그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겉에 드러난 내용만 보고 마구잡이 욕설이나 비난을 퍼부음으로써 관계자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것이다. '왕따 동영상'사건의 내막은 아직까지 확실하지 않다. 왕따의 정도,선생님이 보고도 그냥 지나쳤는지 등등.분명한 건 학교폭력과 왕따의 정도가 교실에서 특정인을 괴롭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데 이르고 그 파장이 교장선생님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갔다는 사실이다. 왕따나 학교폭력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줄기는커녕 사이버왕따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왕따시킨 친구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욕을 하거나 커뮤니티에서 퇴출시키고 전학가도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해 새 학교 학생들에게 알린다는 것이다. 문제가 단순하지 않은데도 해결되지 않는 건 학부형과 교사는 아이들 사이의 일이라거나 피해자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아이들은 친구가 당하는 장면을 목격해도 괜히 참견했다간 혼난다는 식으로 외면하고,학교측 또한 겉으로 문제가 드러나지만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대처하기 때문일 것이다. 왕따는 범죄다. 보복이 무서워 신고도 못한다는 건 지속적인 감시 부족 탓이 커 보인다. 차제에 확실한 대책을 세워야겠거니와 인민재판식 여론몰이가 횡행하는 마구잡이 인터넷문화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 '왕따 동영상'을 만든 학생도 문제지만 교장의 인적사항까지 인터넷에 유포되는 현실은 끔찍하다. "네티즌의 광기가 또 한사람을 죽였다"는 지적은 결코 간단히 봐넘길 일이 아니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