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 연고지 이전팀은 LG라고 못박아 올 프로축구가 파행으로 흐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2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등 창단식에서 안양 LG를 서울팀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 같은 언급은 서울시가 서울 입성을 희망한 안양과 부산 아이콘스 중 지리적 근접성과 과거 연고 구단이었던 점을 이유로 안양의 손을 들어줬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이를 '월권 행위'로 규정하고 이전팀 선정작업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시가통보한 관련 문서를 반려한 뒤 나온 것이다. 연맹측은 이에 대해 "신생팀을 창단하는 것은 몰라도 이사회 회원사의 연고지 이전 문제를 간섭하는 것은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를 무시하고 프로축구의 근간을 흔들자는 것"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시장은 이날 '서울 LG'가 오는 4월 개막하는 K리그에 참가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등 절차 자체를 무시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물론 서울시가 팀을 유치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연맹이 선정한 팀에 대해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연맹이 이사회를 열기도 전에 특정팀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것은 순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는 축구팬들의 숙원인 신생팀 창단이 경제적 여건 등으로 어려워지자 기존팀이전으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연맹하고는 한마디 상의없이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인 게 사실이다. 시가 축구협회의 서울월드컵경기장 분담금 250억원 중 100억원을 삭감해 창단을 유도한 공이 있지만 '채권자' 입장에서 서울에 들어올 팀에게서 분담금 일부와 경기장 사용료를 받으면 그만이지 축구판에 뛰어들어 '감놔라 대추놔라'할 권리는 없다는 게 대다수 축구팬들의 목소리다. 특히 시는 현재 월드컵경기장 부대시설 임대 수익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기장 건립 전에는 나중에 적자가 나면 누가 책임지겠느냐며 잠실주경기장 증축 방안을 내놓기도 했었다. 안양의 갑작스런 연고지 이전 선언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는 분담금 문제, 연고팀 선정권을 둘러싼 연맹과 시의 감정 싸움으로 번지더니 시의 완강한 입장으로 급기야 축구판이 '벼랑 끝'에 몰리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연맹은 오는 25일까지 시민구단과 광주 상무를 제외한 9개팀을 대상으로 서울이전 의향서를 제출받아 의사결정기관인 이사회에 상정할 예정이지만 어떤 결과라도 휴유증이 심각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도 이해 당사자 전체를 만족시킬 묘안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사회가 최악의 경우 표결을 벌여 안양을 택해도 분담금 문제가 남는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서울 입성 분담금을 150억원으로 했다가 이전팀이 먼저 75억원을 내고 신생팀이 나중에 75억원을 납부하는 조정안을 마련했지만 줄곧 50억원을 주장한 안양측이 냉소적이기 때문이다. 안양측 관계자는 "연맹이 의향서와 함께 75억원을 내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단장이 A3대회가 열리는 중국에서 연맹측과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부산이 경쟁에서 이기면 안양이 리그 불참 등 초강수를 둘 공산도 있고 서울시도 연고협약 거부,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용 불허 등 발목을 잡을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불보듯 뻔한 이 같은 파행 조짐 때문에 이사회가 서울 연고지 이전을 '없던 일'로 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이 역시 갈등만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