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분증'으로 불리는 공인인증서 제도가 시장이 조성되기도 전에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개인용 공인인증서 유료화가 수차례 지연되면서 인증서를 발급하는 일부 전문인증기관이 부도위기에 직면한 데다 공인인증 제도의 핵심인 인증서간 상호연동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공인인증서 유료화가 지난 1월 중순으로 늦춰졌으나 이마저 발급수수료 문제로 인증기관 사이에 의견이 엇갈려 또다시 오는 5월 초로 미뤄졌다.


유료화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년 가량 늦춰지자 일부 전문인증기관은 수년간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인증시스템 운영비만 쏟아붓는 바람에 극심한 자금난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발급수수료 책정문제로 인증기관들 사이에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온 점을 감안한다면 5월 초에도 유료화가 확정된다는 보장은 없다"며 "이러다간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사업에 뛰어들어 투자비도 한 푼 건지지 못하고 도산하는 업체가 생길 판"이라고 걱정했다.


게다가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의 경우 전자서명법상 의무조항인 상호연동 규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자서명법은 금융결제원 한국증권전산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한국무역정보통신 한국전산원 등 6개 인증기관 중 한 곳에서만 인증서를 발급받으면 인터넷뱅킹 사이버주식거래 온라인보험 등 모든 전자거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상호연동을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생보사는 연동에 따른 보안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터넷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하거나 담보대출을 받을 때 금융결제원에서 발급한 인증서만 처리해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인증서 유료화가 실시되면 전자상거래 이용자들은 인증서를 두개 이상 구입해야 하는 피해를 입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인인증서비스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료화는 조기에 시행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유료화가 실시되기 전에 상호연동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은행 등 금융회사의 지원을 받고 있는 금융결제원 중심으로 독과점 상태에 놓인 시장구조를 개편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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