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칠레 FTA가 무산된 것과 관계없이 일본 싱가포르 아세안(ASEANㆍ동남아국가연합) 멕시코 등과 FTA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칠레와의 경험에서 보듯 집단 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관계가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FTA 전략의 선결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일본ㆍ싱가포르가 우선 대상 FTA 후속 협상 대상국으로 가시권에 들어온 나라는 일본과 싱가포르다. 일본과는 작년 12월, 싱가포르와는 지난달 FTA 체결을 위한 1차 정부협상을 각각 끝낸 상태다. 한ㆍ일 FTA는 2005년 말, 한ㆍ싱가포르 FTA는 연내 협정 타결과 내년 상반기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두 나라와의 FTA는 농업 개방의 부담이 없는 데다 각각 한ㆍ중ㆍ일 FTA, 한ㆍ아세안 FTA를 꿰는 첫단추라는 점이 이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한ㆍ일 FTA는 한국의 취약업종인 부품ㆍ소재 산업의 피해가 확실시된다는 점에서, 한ㆍ싱가포르 FTA는 중계무역 국가인 싱가포르를 통한 우회수입 증가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향후 협상 진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중국과 일본이 눈독을 들이는 아세안과의 FTA는 상반기중 산ㆍ관ㆍ학 공동 연구가 시작될 예정이다. 정부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멕시코와의 FTA는 멕시코 정부의 FTA유예 정책에 따라 지연될 전망이다. ◆ 한ㆍ일, 한ㆍ싱가포르 FTA 기대 효과 한ㆍ일 양국간 교역에서 한국은 돼지고기와 화훼류 등 농수산물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다. 농림부는 한ㆍ일 FTA 체결로 농산물 관세가 없어지면 연간 기준으로 △밤 2천2백만달러 △돼지고기 2천만달러 △김치 1천4백만달러 등의 수출 증가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 기술력에서 앞서는 자동차 전기ㆍ전자 기계류 부품ㆍ소재 등은 무관세화에 힘입은 일본 제품의 공세에 국내 시장이 공략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FTA 체결 직후 일본과의 교역에서 관세가 사라지면 단기적으로 연간 19억∼43억달러의 무역적자가 추가 발생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최고 98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는 현재 맥주 등 4개 알코올 음료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 FTA 체결로 인한 단기적인 수출 확대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싱가포르를 교두보로 한 동남아 진출과 금융 운송 통신 등 서비스 부문에 강점을 가진 싱가포르의 투자 확대라는 부수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 FTA 절차 법제화 추진 외교통상부는 1년4개월째 표류를 거듭하고 있는 한ㆍ칠레 FTA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FTA 추진 절차법령 제정을 검토 중이다. FTA 추진절차를 법령으로 명시함으로써 이해 당사자들의 이의 제기에 대한 명분과 여론수렴 강화를 통한 정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절차 법령에는 FTA 대상국 선정 과정에서의 여론수렴 절차, 타당성 조사, 협상 과정 공개, 관련 업계 의견반영 규정, 정부 보고절차 등을 담을 예정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FTA 절차법령 제정은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효율적으로 FTA를 추진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세계적 대세인 FTA 정책의 안정적 수행을 위해 FTA 추진 과정을 법제화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