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김정률 교수와 충북과학고 김경수교사가 제주 남제주군 대정읍 해안가 일대에서 발견한 화석류 수 천 점은 그것이 조성된 시대가 중기 구석기에 속하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이 중에 사람 발자국이 섞여 있다는 사실은 비상한 주목을 요한다. 이들 화석류가 언제쯤 조성된 것이냐 하는 것은 이들이 확인된 지층이 어디에 속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팀과 문화재청이 실시한 두 차례 현지조사 결과 이들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생성 시기가 약 5만년 전으로 추정되는 신생대 제4기 후기 플라이스토세(중기 구석기시대)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화석류는 사람 발자국 100여 개를 비롯해 말과 코끼리로 추정되는 동물 발자국이 있으며 이외에도 사슴과 새 등의 발자국 화석 및 기타 물고기, 연체동물, 식물화석이 분포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구석기인 발자국은 세계 7번째, 아시아 최초라는 학술사적인 의미와 함께 과거 제주 빌레못 동굴에서 발견된 바 있는 구석기시대 유적과의 관련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말 발자국 화석은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미국과 탄자니아에서만 보고됐다. 이번 제주 화석은 길이와 폭이 7-9㎝ 가량 되는 원형으로, 뒷부분에는 역 V자형자국이 뚜렷하다. 이는 몽골말에서 그 유래를 구하기도 하는 제주마 기원을 구명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코끼리로 추정되는 동물 발자국은 약 20㎝로 거의 원형에 가깝다. 북한에서는이빨 화석이 발견된 바가 있으나 이번 발견으로 지금의 한반도 일대에 코끼리가 서식했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되었다. 구석기시대 코끼리 미국ㆍ탄자니아ㆍ아르헨티나ㆍ일본에서만 보고됐을 뿐이다. 사슴 발자국 화석은 1천 점 이상이나 된다. 길이 약 7-8㎝ 정도인데 두 쌍의 발가락 자국이 선명하다. 200점 이상이 되는 새 발자국 화석은 길이 약 15㎝가 넘는 대형 화석과 물갈퀴 자국이 있는 것을 포함해 약 8종 이상의 다양한 형태가 나타난다. 이와함께 연체동물 화석, 절지동물(게류) 화석, 식물(목련잎으로 추정) 화석 등도 확인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발견에 대해 "고고학ㆍ고인류학ㆍ고생물학 및 고생태학 분야의연구에서 제주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세계적으로 부각케 하는 전환점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이 지역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가(假) 지정하는 한편 풍화와 침식작용 등에 대한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멸실에 대비한 복제품(replica)제작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발굴조사 및 국제 비교연구 등을 꾀하기로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