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에 따른 철저한 신상필벌, 그리고 세대교체의 가속화.' 삼성 LG 현대ㆍ기아차 등 대기업의 올해 정기 사장단 및 임원 인사에서 나타난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올해 재계의 인사폭은 사상 최대 규모. 대부분 기업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는 이번 인사에서 '기술력 강화'와 '글로벌 경영 확대'를 목표로 이공계 출신과 해외파를 대거 중용했으며 회사를 실질적으로 살찌우는데 공헌한 영업맨들을 약진시켰다.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인사원칙 아래 철저한 실적주의 인사가 단행됐다는 얘기다. 40대 사장 및 임원이 더욱 늘어나는 등 세대교체 바람도 한층 거세졌다. ◆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 기업들은 연공서열을 완전히 탈피, 실적에 입각한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승진 잔치 속에서도 실적이 좋았던 회사와 그렇지 못한 회사간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렸다. 이같은 경향은 삼성그룹 인사에서 확연히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경기침체 속에서도 세전이익 10조3천억원을 올려 전체 그룹 승진자 4백48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백11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특히 정보통신 메모리반도체 LCD 등의 분야에서 승진 및 발탁 인사가 많았다. 반면 지난해 실적이 다소 부진했던 섬유 화학 등의 계열사는 2∼5명 남짓한 승진자가 나오는데 그쳐 대조를 보였다. LG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작년에 부진했던 내수 분야 임원 배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반면 수출관련 부문의 승진이 많았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작년 사상 최대 수출실적을 기록한 해외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나온 승진자가 전체의 20%를 차지했다. ◆ 발탁과 세대교체 가속 사장과 임원들의 나이가 더욱 젊어졌다. 삼성은 CEO(최고경영자) 후보군인 전무 자리에 젊고 참신한 인물이 대거 올라오면서 임원진이 젊어졌다. 전체 임원중 40대 임원 비율이 인사 전 58%(6백87명)에서 67%(8백62명)로 크게 높아져 40대가 임원의 주력계층으로 자리를 넓혔다. 임원의 평균 연령도 48.3세에서 47.4세로 젊어졌다. 특히 발탁 인사가 많아 총 승진자 4백48명중 일반적인 인사기준을 앞질러 조기에 승진한 임원이 78명에 달했다. LG도 LG전자 신규 임원 24명중 20명(82%)이 45세 이하인 데다 신규 임원들의 평균 나이가 43.6세로 지난해(44세)보다 0.4세 젊어졌다. 물갈이가 가장 두드러졌던 곳은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35주년을 맞아 글로벌 톱10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임원들을 교체했다. 특히 전체 임원 1백8명의 63%에 이르는 68명이 담당 직무를 바꿨고 임원수도 15% 감축해 91명으로 줄었다. 현대그룹도 현정은 회장 체제 출범에 따라 계열사 사장 8명 가운데 4명을 교체했다. CJ그룹도 엔터테인먼트 등 신규 사업의 본격화로 40대 임원을 전진 배치했다. ◆ 인력구조의 변화 고학력 임원이 대거 승진한 것도 두드러진 변화. 모든 그룹이 석ㆍ박사급 인력을 대거 임원으로 승진시켰고 향후 주요 포스트에는 반드시 특정 학위를 취득해야 앉을 수 있다는 원칙도 세웠다. 특히 LG전자는 앞으로 상무급 이상이 맡은 사업부장을 맡으려면 반드시 MBA를 취득해야 한다는 기준을 마련했다.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도 많았다. LG의 경우 정홍식 통신부문 총괄사장을 데이콤 수장으로 임명했다. 코오롱은 사장단 인사와 함께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하고 전략기획실을 신설했다. 이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고 코오롱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재편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SK와 현대의 경영권 분쟁,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확대 등으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친정체제 구축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는 점도 이번 인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