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17대 총선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안 처리 무산으로 새해들어 '선거구 위헌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선거법 개정안 처리 시기와 내용이 주목된다. 특히 각 당은 선거법 처리가 늦어지면서 `주판알'을 다시 튕기며 이해득실을 따져 일부 당론변경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선거법 개정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얽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1일 기자들과 만나 일단 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2월 임시국회로 늦출 방침임을 시사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지난해 말로 활동시한을 마친데다가 오는 8일로 이번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게 되고 4당간 선거구획정에 대한 입장차가 전혀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일단 선거구 획정위원들의 사퇴서를 반려, 재가동시킨 뒤 정개특위에서 대치했던 야3당안(지역구 243명안 및 인구상하한선 10만~30만명안)과 열린우리당안(지역구 227명안 및 인구상하한선 10만6천~31만8천명안)을 각각 회부, 두 가지 획정안을 마련토록 할 방침이다. 또 박 의장은 2개의 선거구획정안을 본회의 표결에 앞서 정개특위를 재구성해 최종 심의토록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행정자치위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있으나 한나라당을 비롯해 야3당이 정개특위 재가동 및 심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3당의 선거구획정 공조에 균열조짐이 엿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지난달 30일 박 의장과 4당 대표및 원내총무가 모인 '1+8회담'에서 현행대로 지역구 227명을 유지하자며 열린우리당안에 동조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에 가세할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추미애(秋美愛) 상임중앙위원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인구상하한선 10만~30만명안을 비판한데 이어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당 지지도 하락과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는 '한.민공조', '정치개혁 후퇴'에 원인을 찾으며 지역구 의원수를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주장에 탄력이 붙고 있다. 강운태(姜雲太) 사무총장은 "지역구수를 인구증가에 맞춰 늘리자는 당론은 합리적이지만 국민들 정서와 괴리돼 있는 것 같다"면서 "현행 227명 유지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김영환(金榮煥) 상임중앙위원도 가세했다. 반면 농촌 출신 의원들은 현행 227명 유지시 인구하한선이 10만5천~10만6천명으로 올라가 박상천(朴相千) 전 대표 지역(전남 고흥) 등 일부 선거구가 통폐합 대상으로 추가된다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협상을 맡아왔던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지역대표성을 감안하면 농촌 지역구 통폐합은 오히려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면서 "지지율이 불과 몇 퍼센트 떨어졌다는 이유로 당론을 바꾸는 등 우왕좌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민공조' 이탈조짐에 대해 한나라당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자체 의석이 과반수를 넘고 민주당내 상당수가 여전히 '243명안'에 동의하지만 두 야당이 열린우리당 주장에 가세할 경우 한나라당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지역구 243명안이 야3당의 합의내용임을 강조하는 한편 공석인 국회운영위원장직을 민주당에 할애하며 민주당 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지역구 의원 증가는 반개혁적"이라고 주장하며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반면 야3당 공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또 선거법 개정안 처리시기가 총선을 두달여 앞둔 2월 국회로 넘어감에 따라 각 당의 공천작업 및 총선 후보자경선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 당은 후보자 공모를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고 있지만 선거구획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선 구체적인 심사를 벌일 수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선거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질 경우 정치신인들은 더욱 불리하게 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4당은 선거일 90일전부터 총선 출마 예상자들은 명함 배포 등 제한적인 사전선거운동을 허용키로 합의, 정치 신인들의 상대적 불이익을 어느 정도 해소키로 했으나 법개정이 늦어질 경우 불가능하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고일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