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nd Horn OK.' 'Blow Horn Please.' 인도의 도로를 질주하는 트럭과 버스에는 어김없이 '경적을 울려주세요'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씌어 있다. 자동차는 물론 오토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와 사이클릭샤(자전거를 이용해 만든 일종의 택시)에다 소 코끼리 낙타까지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경적을 울려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일은 인도에서는 너무 자연스럽다. 뉴델리 북부에 위치한 재래시장 '찬드니초크(일명 달빛광장)' 앞 도로는 종일 자동차와 오토릭샤가 울려대는 경적으로 귀가 멍할 정도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사이로 쉴새없이 들려오는 경적 소리는 세계경제의 신(新) 성장축이 되기 위해 꿈틀거리는 '10억 인도'의 기상을 재촉하는 다급한 신호음 같다. 이 신호음이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통하는 방갈로르. 이 곳에서는 미국 포천이 선정한 1천대 기업 중 3백개 이상이 정보기술(IT) 관련 연구개발(R&D)과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이제 세계적인 기업들은 방갈로르를 빼놓고는 IT와 R&D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 신 성장축이 될 것을 알리는 신호음은 IT를 넘어 제조업에도 닿고 있다. 뉴델리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정도 차를 달려 도착한 노이다공단의 LG전자 인도공장. 월급 1백달러 정도를 받는 근로자들이 달라붙은 생산라인에서는 냉장고와 TV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다. 인도는 'Made in China'를 누를 수 있는 'Made in India'를 통한 제조업 부흥을 꿈꾸고 있다. '세계 소프트웨어 공장'을 뛰어넘는 '제2의 중국,세계 제조업의 메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21세기 세계경제의 신 성장축은 동남아지역에서도 구축되고 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자동차를 몰고 2시간쯤 달리면 도착하는 항구도시 하이퐁. 동서를 가로지르는 두 지역을 잇는 5번 고속도로변에는 요즘 일주일에 한 개씩 대형 공장이 들어서고 있다. 월 70달러면 숙련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고,베트남 정부가 공장 부지를 거의 무료에 가깝게 임대해 주고 있어 포드자동차 LG전자 등 외국 기업 공장들이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페낭 산업단지는 43개 다국적 기업들의 핵심 생산거점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경우다. 인텔 모토로라 에질런트 보쉬 소니 도시바 히타치 알카텔 등 입주한 유명 기업들의 이름을 열거하기도 힘들다. 제로(0)에 가까운 법인세와 도로 전력 등 훌륭한 사회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값싸게 고(高)기술의 상품을 만들어낸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아시아는 분명 21세기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이 2% 안팎의 경제성장을 달성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주요국들은 6∼8%대의 고도 성장을 이룩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도 아시아 국가들의 대약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중국이 8%대의 성장으로 세계경제를 이끌고,베트남(7.5%) 태국(7.0%) 말레이시아(5.6%) 인도(5.0%) 필리핀(4.7%) 등도 힘을 보탤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델리(인도)=장경영·하노이(베트남)·유영석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