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리처드 닉슨 행정부시절 핑퐁외교를 통해 중국과의 수교를 성사시킨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8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중국 진출 미국기업의 첨병을 자임하고 나섰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중순 투자은행인 JP모건의 윌리엄 해리슨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베이징을 방문했다. 명목은 이 회사 국제자문위원 자격이었지만 중국 내 3대 은행인 건설은행이 내년 중 실시할 50억달러짜리 해외 기업공개(IPO) 주간사를 따기 위한 로비 차원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키신저 전 장관은 장언자오 건설은행 총재를 비롯 중국 내 정계와 재계의 주요 인물 상당수를 해리슨 CEO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이번 IPO는 수수료만 1억7천5백만달러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씨티그룹과 모건스탠리 그리고 중국 국제자본공사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중국진출 이래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IPO를 맡지 못했던 JP모건은 이번 건을 통해 중국에서의 위상을 새롭게 한다는 전략이다. '로비스트' 키신저의 명성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82년 뉴욕에 기업컨설팅을 위한 키신저협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엑슨모빌 아크로케미컬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등이 주요 고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종근 기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