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실시될 민주당 대표와 중앙상임위원 경선에 출마한 8명의 후보는 23일밤 KBS TV의 `민주당 대표 경선 100인 토론'에 출연해 첫 TV 토론대결을 벌였다. 이 협(李 協) 김영진(金泳鎭) 장성민(張誠珉) 김영환(金榮煥) 추미애(秋美愛) 장재식(張在植) 김경재(金景梓) 조순형(趙舜衡) 후보는 경륜과 정통성, 변화와 쇄신을 내세우며 자신이 총선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자신이 3명의 후보에게 질의를 하는 시간에 경쟁 후보에게 되도록 발언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질문대상에서 배제하는가 하면, 다른 후보의 약점을 해명토록 하는 수준의 질문으로 일관해 다소 맥빠진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대표경선 출마 이유에 대해 조순형 후보는 "분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이 다시 일어나려면 경륜과 화합과 개혁의 지도력이 필요하다"면서 "한번도 부정부패와 타협한 적 없고 5선 중진으로서 당내에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며 `대세론'을 강조했다. 추미애 후보는 "민주당을 개혁정당으로 쇄신해 침체된 민주당의 역동성을 만들어 내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구할 사람은 추미애 뿐"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협 후보는 "인내로서 개혁과 통합을 이끌겠다"고 말했고, 김영진 후보는 "정직하고 깨끗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장성민 후보는 "급속히 고령화된 지도부로 인해 유권자의 70%인 20-40대를 대변할 지도자가 없다"면서 세대교체를 역설했다. 김영환 후보는 충청도 출신으로 경기도에 지역구를 갖고 있어 전국정당을 만드는데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고, 장재식 의원은 국세청 차장, 산자부 장관, 당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의 다양한 경험을 열거하며 "민주당을 실력있는 정책정당으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고, 김경재 후보는 "민주당 사수전선에 누구보다 앞장섰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의 특검법 `재의 거부 전면투쟁' 방침에 대해서도 대부분의 후보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한나라당의 전면투쟁 방침에 대해서도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는 집단"이라며 `양비론'을 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관련해 조순형, 이 협, 장재식 후보 등 중진들은 적극적인 찬성을 표시했고, 추미애 장성민 후보 등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등 서로 각을 세웠다. 중진용퇴론을 제기했던 장성민 후보는 현 지도부에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을 지낸 김영환, 장재식 이 협 후보를 향해 "당을 위기에 빠지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왜 지도부 경선에 출마했느냐"고 몰아세웠고, 김영환 의원은 "대표가 돼서 그 책임을 지겠다"고 응수했다. 후보간 상호 자유토론에서 대다수 후보들은 우호적이거나 러닝메이트로 생각되는 후보에게 해명 기회를 주고, 경쟁자에게는 공세적인 질문을 던지거나 아예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환 후보는 추미애 후보에게 "추 의원은 민주당의 보배이고 존경한다"면서도 "대선후 민주당의 해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느냐"고 꼬집었고, 김경재의원은 "추미애 의원은 잔다르크에 비유해 `추다르크'라고 하는데, 뤽 베송의 영화에서는 잔다르크가 신경쇠약적 정신상태로 표현돼있다"고 질문하기도 했다. 추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찬성론자인 장재식 후보에게 "총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가 나오는 것은 정략적인 것이 아니냐"고 따지면서, 장성민 후보에게는 개헌 반대론에 동의하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장성민 후보는 김영환 후보에게 "광주시민의 항쟁정신을 언급했는데 특검법을 놓고 한나라당과의 공조가 광주시민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냐"고 질문하는 등 김 후보에게 공세를 집중했다. 특히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노 대통령의 탈당과 민주당 분열에 대한 책임을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후보는 가장 큰 거짓말이 뭐였느냐는 질문에 "지난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를 찍으면 국민통합이 된다고 말한게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고 말했고, 김경재 후보는 "대선때 노 후보를 링컨 대통령에 비유해 광고를 냈는데, 요새 보니까 노대통령이 링컨과 정반대로 가서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대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영진 후보는 386측근들에 대해 "청와대의 젊은 참모들이 진취적이지만, 지금까지 국정의 중요한 것을 보면 오류의 근본을 제공하는 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열린우리당과의 총선전 통합 및 연합공천 가능성에 대해 추 후보는 "단호히 거절한다"며 "평화개혁세력을 분열시켜놓고 불리하니까 정략적으로 연합공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조 후보는 "대통령이 탈당하는 동서고금에 없는 배신행위에 대해 총선에서 심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재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정치실험 실패가 명백해졌으므로 깨끗하게 포기하면 복당을 받아줘야 하나, 당대당 통합식으로 가면 둘다 망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는 김영환 후보로부터 "저같은 사람에게도 뒤지면 탈당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배신과 분열을 단죄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단죄의 대상과 어떻게 같이 하겠느냐"며 "친구따라 강남가는 식으로 정치하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자신의 단점을 묻는 공통질문에 이협 후보는 "얼굴이 두껍지 못하다", 김영진 후보는 "정규대학을 졸업 못했다", 장성민 후보는 "직설적인 성격", 김영환 후보는 "유순하고 부잣집 아들처럼 보이는 외모", 추미애 후보는 "융통성 부족", 장재식 후보는 "너무 정이 많고 가사일에 무관심", 김경재 후보는 "성급하고 지적 교만이 있다", 조순형 후보는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단점을 밝히는 답변이 결국은 `자화자찬'으로 흘러 사회자로부터 "질문의 취지를 상기해달라"는 핀잔을 여러번 들었다. 세대교체론에 대해 68세인 조순형 후보는 "아데나워나 처칠은 70, 80대이면서도 패기와결단은 젊은 정치인 못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동갑인 장재식 후보도 "나이와 지역을 따지는 것은 낡은 봉건주의"라고 반박했고, 60대인 이협 후보는 "시간은 신과 우주의 것이므로 아전인수식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며 철학적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40세인 장성민 후보는 "20,30대 코드에 맞춰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필요한 때"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영환 장성민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노태우 대통령'이라고 지칭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맹찬형 고일환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