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쇼크로 국제금융시장의 주도권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세계경제 회복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고,떨어지던 국채값은 오름세로 반전되는 양상이다. 지난 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형 폭탄테러를 기점으로 테러 공포가 확산된 이후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주가는 5~10% 떨어졌다. 반면 주요국의 국채값은 지난 2주일간 7~9% 올랐다. 대규모 폭탄테러 및 경고가 잇따르자 국제자금이 주식시장에서 이탈,고정 수익이 보장되는 '안전 도피처(safe haven)'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채값은 상승세,주가는 하락세로=터키에서 20일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하자 미국 일본 독일 영국의 국채값이 일제히 올랐다. 이날 미국채 10년물 가격은 액면가 1천달러당 2.5달러 올랐다. 이에 따라 가격과 거꾸로 움직이는 수익률(금리)은 전날의 연 4.25%에서 4.15%로 내려갔다. 지난 8일(4.45%)에 비해 7% 떨어진 것이다. 반면 뉴욕증시의 나스닥과 다우지수는 1% 가까이 하락했다. 나스닥의 경우 사우디 테러 전날의 종가(1,976)와 비교할 때 5% 빠졌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시장도 미국과 같은 궤도로 움직였다. 영국의 경우 이날 주가는 0.5% 떨어진 가운데 국채값(10년물)은 상승,수익률이 연 4.34%에서 4.29%로 떨어졌다. 아시아의 사정도 비슷했다. 21일 일본 주가는 약보합에 머물렀으나 10년물 국채값은 급등,수익률이 연 1.33%에서 1.31%로 내려갔다. 닛케이 평균주가도 지난 2주일새 1천엔(9.2%) 떨어지고,국채값은 8.5% 올랐다. ◆시장 초점,경제에서 지정학적 변수로=이달 들어 테러가 잇따라 터지자 금융시장의 초점이 경제에서 지정학적 위기로 바뀌었다. 경기지표 호전이나 기업실적 개선 같은 경제 약발은 더 이상 증시에 먹혀들지 않고,테러와 이라크 불안 등 비경제적 요인들이 시장을 좌우하고 있다. 실제로 20일 뉴욕증시에는 경기선행지수 상승 및 실업자 감소 등 경제 호재 뉴스가 전해졌지만,나스닥과 다우 S&P500 등 3대 주가지수는 일제히 떨어졌다. 4백50여명의 사상자를 낸 터키 폭탄테러가 모든 경제 호재를 압도한 탓이었다. 이날처럼 경기지표 호전 소식이 나오면 주가는 급등하고,국채값은 인플레 및 금리 인상 우려로 떨어지는 게 정상이다. 도이체방크의 증시전략가 데이비드 플랭크는 "지금은 테러가 금융시장의 최대 재료"라며 테러 공포로 증시의 연말 랠리 기대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테러가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