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18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대한 첫 압수수색에 착수함으로써 본격적인 고강도 압박작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검찰은 그간 경제여건을 감안, 기업들에 대해 자발적인 수사 협조를 구해왔으나기업의 비협조적 태도에 발목이 잡혀 수사가 지체되자 `더이상 수사협조를 애걸하지않겠다'는 입장을 직접 행동으로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강하다. 검찰은 먼저 LG측에 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했으나 계속 불응하자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데 이어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LG홈쇼핑에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검사와 수사관 등 10여명은 서울 문래동 LG홈쇼핑 사무실에 도착, 거의 하루종일 관련 회계 장부와 컴퓨터 본체 등을 집중 확보, 분석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광수 검찰총장은 이날 경기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가진 특강에서 "현재까지 검찰권 남용은 없으며, 출국금지당한 특정 기업체 임원은 반드시 수사하겠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소환 등 강공 수사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검찰의 이 같은 압박강도는 기업에 대한 `엄포'를 넘어서 그간의 내사결과를 토대로 사법처리가 가능한 수준의 불법행위에 대한 단서를 포착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검찰 주변에선 지난해 4월 LG정보통신이 보유한 LG홈쇼핑 주식 101만6천주(당시주당 5만5천원)를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주당 6천원에 양도하면서 발생한 차액 500억원 가량이 비자금으로 조성돼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전해졌다. 압수수색 조치에 이어 출금 조치된 구본무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구 회장을 소환하는대로 LG그룹내 지분정리 과정과 LG홈쇼핑을 통해 조성한 비자금, 정치권에 건넨 불법 대선자금 규모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LG를 첫 `희생양' 삼아 본보기를 보이면서 향후 삼성과 현대차, 롯데 등여타 기업들에게도 `당근과 채찍' 작전을 병행, 대선자금 수사를 최대한 조기에 매듭짓는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기업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면서 대선자금 제공과 관련된 장부, 자료를 검찰 수사팀에 속속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LG 등을 타깃으로 한 기업 수사와 함께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계좌추적에들어가면서 정치권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한나라당의 수사협조 여부가 수사를 조기에 끝낼 수 있느냐 여부를 가리는 관건이 되고 있지만 검찰이 기업수사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경우 불법 대선자금의 윤곽이 조기에 드러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검찰 수사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달말 이나 내달초엔 대체적인 불법 자금의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검찰은 또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회장이 운영하는 창신섬유 사무실에 대해서도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 대통령 측근비리에 대해서도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재계-정치권-대통령 측근에 대한 3개 전선에서 전방위로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는 데는 특검추진 등 최근의 정치권 상황과 맞물려 충분히 국민여론을 등에업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불법 대선자금의 관행과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전폭적인 여론을 배경삼아 검찰의 정치권과 재계에 대한 `공습' 수위가 어디에까지 미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한셈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