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이 현정은 회장의 그룹 경영권 확보 노력에 줄곧 제동을 걸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그룹의 한 핵심관계자는 10일 "지난 8월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을 겪은 뒤 현정은 회장측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추가 확보하려하자 정상영 명예회장측이 말렸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약간 이상하게 여기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설마 경영권 장악을 염두에 두고 그랬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중순 외국계인 GMO이머징마켓펀드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잇따라 사들여 인수.합병(M&A) 위기가 고조되자 정 명예회장 주도로 `범 현대가' 계열사 9곳이 엘리베이터 주식 16.2%를 사들여 불을 끈 바 있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내외 자본으로부터 현대그룹을 보호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조치로 공개시장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식을 취득했다'는 정 명예회장의 9일 발표는 명분을 잃게 된다. 그는 이어 "정 명예회장측에서 재산보다 빚이 많으니 현대상선 지분 상속을 포기하는게 이익이라고 수 차례나 충고했었다"면서 "이는 경영권 승계의 명분을 잃게 하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풀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회장측이) 한때 (상속 여부를 두고) 갈등하기도 했지만 현대상선 주가가 계속 올라 상속을 받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진 담보 빚 중 일부를 상환하자 정 명예회장측에서 오히려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인 김문희(정몽헌 회장의 장모) 여사의 지분중 대부분이 정 명예회장에게 담보로 잡혀있는 상황이어서 정 명예회장이 돈보다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확보, 나아가 김문희 여사의 지분을 넘겨받는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현 회장이 지난 7일 밤 딸 지이씨와 중국 출장에서 귀국한 정 명예회장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찾아갔지만 만날 수 없었다"며 "현 회장의 회장직 수행 의지는 확고하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KCC측은 "가족 일이라 회사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김문희 여사는 9일 밤 현 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방문,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