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 개정으로 독일 내에서 신규 핵발전소 건립이 불가능해진 독일 에너지 업체들이 프랑스 측의 원전 건설 참여 요청으로 고심 중이라고 4일 일간 베를리너 차이퉁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원전업계는 최근 들어 RWE, E.On, 파텐팔 유럽, EnB 등독일의 4개 대형 전력회사들에 `유럽형 가압식 원자로(EPR)' 건설과 운영에 참여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EPR는 프랑스의 프람아톰과 독일 지멘스가 공동 개발한 가압수(加壓水) 방식의새로운 원자로이며, 독일 주요 에너지 업체들도 지난 1989년부터 EPR 추진위원회에가담하고 지금 까지 770억유로를 투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부터 독일에선 신규 원전 건설이 법으로 금지됐다. 기존 원전 가운데 수명이 다 된 25년 안팎의 원전 19곳이 차례로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지만 EPR 방식의 원전 건설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위는 프랑스 내에 EPR 방식으로 새 원전을 건설하는 사업의기본계획을 연말 까지 마련, 내년 초 프랑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서 독일업계의 참여를 재촉하고 나섰다. 니콜 퐁타네 프랑스 산업장관은 이미 지난 10월 총리에게 EPR 사업 시작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전력정책 결정기구인 EdF는 이미 오래 전에 승인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고 베를리너 차이퉁은 전했다. 프랑스의 경우 58개 원전이 전체 전력 수요의 약 80%를 대고 있으며, 신규 원전건설이 금지돼 있지도 않다. 추진위 측은 또 핀란드 에너지기업 TVO가 최근 EPR 방식의 원전을 건설할 것을밝힘에 따라 사업을 더 늦출 시간이 없다며 독일 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행 독일 법은 독일 업체가 해외에서 원전을 건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독일 에너지 기업들은 프랑스 측 요청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원전 외에 여러 발전과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대형 업체들로서는 소수당이지만 적녹연정 내에서 발언권이 센 녹색당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녹색당의 강력한 요구로 법이 제정된 지 1년여 밖에 안된 시점에서 EPR사업에본격 참여하는 것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비판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독일 에너지 업체들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업계 대표들과 게르하르트슈뢰더 총리와의 면담에서 일단 EPR 문제에 대한 정부의 의견을 조심스레 타진하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에너지 업계로서는 현재 최악의 상태인 사민당 지지율이 오는 2006년 총선 까지 이어져 적녹연정이 패배하는 것을 가장 확실한 해결 방안으로 여기고 있을것이라고 신문은 덧붙엿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