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산업은 한국경제의 성장과 궤를 함께 해왔다.


국가의 경제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다는 얘기다.


국토개발과 도로 공항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갖춰지면서 엔지니어링 산업도 함께 성장해왔다.


90년대들어서면서 본격화하기 시작한 해외 플랜트 수출도 엔지니어링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엔지니어링산업은 이제 단순한 토목 건설에서 벗어나 정보통신 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산업의 역사를 살펴본다.



◆태동기(1955∼1972):국내 엔지니어링의 출발점은 전후복구가 한창이던 지난 1955년 전화공(全化工)설계사무소가 기술용역 업무의 일부를 수행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뒤 57년8월 당시 내무부 토목국장 출신인 김해림씨의 도화종합설계사무소(현 도화종합기술공사)가 국내 최초의 용역회사를 설립,엔지니어링산업에 뛰어들었다.


본격적으로 엔지니어링산업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행한 지난 61년부터 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경제개발계획은 태백산지역 종합개발,섬진강 동진강 종합개발,남강유역 종합개발,목표 영산강 종합개발 등 굵직굵직한 국토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됐다.


이 같은 사업에 공공시설 건설과 사업계획,설계 및 감리업무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기술용역업(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에 따라 63년 건설용역업자 등록규정과 기술사법을 제정,엔지니어링 육성에 나섰다.


그러나 이 시기의 엔지니어링은 외국 기술에 의존하고 노동집약적인 시공부문에 치중됐으므로 산업으로 보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성장기(1973∼1991):70년대들어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엔지니어링 수요도 증가했다.


건설부분 이외에 플랜트 설비분야 등도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해외건설 붐을 타고 건설분야에서 엔지니어링 업체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70년대에만 연평균 30%씩 증가하기도 했다.


정부도 73년 기술용역육성법을 제정 공포하면서 엔지니어링 분야의 기술혁신을 꾀했다.


이 법은 기계류 국산화 촉진에 의한 기계공업 육성에 이바지하도록 만들어졌으며 용역비의 해외 유출방지와 국내 용역의 해외진출을 도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엔지니어링 업계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맞게 된다.


엔지니어링 업계가 올해를 출범 30년으로 설정한 것도 바로 이 법이 제정된 시점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 이듬해인 74년에는 한국기술용역협회(엔지니어링진흥협회의 전신)가 창립됐다.


창립총회 당시 등록한 기술용역업체는 모두 57개사였다.


80년대 들어 원유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석유화학공업이 호황을 맞게 되고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산업도 활기를 띠었다.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개최에 힘입어 건설분야 엔지니어링의 성장률이 연 10%를 넘어섰다.


원자력 부문과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산업설비 용역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80년대 초반에 감소세를 보였던 해외수주는 80년대 후반들어 시장 다변화에 힘입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90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수주실적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발전기(1992∼1997):90년대 접어들면서 국내 업계에는 또 한차례 큰 바람이 몰아닥쳤다.


80년대 후반 신도시 건설 사업을 시작으로 사회간접자본의 투자가 대폭 확대됐다.


경제규모의 확대와 함께 영종도 신국제공항건설을 비롯 굵직굵직한 사회간접 자본시설이 착공됐으며 산업설비 수출도 해외건설 수주가 회복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아시아지역에서의 산업설비 수출도 크게 늘어나면서 96년까지 연 30억달러 내외의 수주를 기록했다.


◆성숙기(1998∼):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로 한때 주춤했던 엔지니어링산업은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향상되면서 플랜트수출 중심으로 급격히 회복되고 있다.


수익성이 높고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플랜트 시장으로 진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국제적인 대규모 엔지니어링 시장에 국가별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의 80%가 고부가가치의 플랜트부문 수출이었으며 1억달러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만도 10건 3천7백85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중소 엔지니어링 업체들은 중국 등 후발국에 밀려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일부기술 부문을 제외하고는 시스템 엔지니어링 설계감리 등 핵심기술에 대한 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6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엔지니어링기술진흥법을 전면 개정하고 엔지니어링 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21세기 중점 전략부문으로 엔지니어링을 진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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