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7일 마련한 `대선자금 조사 특검법'안은 수사대상에 SK비자금 뿐 아니라 대선 전후 지금까지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혹'이라고 주장한 자금을 망라하고 있다. 특히 이미 특검을 거치고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박지원(朴智元)씨의 150억원과 권노갑씨 돈 등을 포괄해 `현대 비자금 750억원'과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돼지저금통 모금은 물론, `대선을 전후해 SK 등 기업 또는 개인으로부터 당선자와 후보자 또는 당선자와 후보자를 위해 일한 자가 제공받은 불법자금'이라고 특정자금을 명시하지 않은 채 모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설사 특검이 실시되더라도 전 검찰을 특검화해 수년간 걸릴 방대한 규모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또 대북송금특검 연장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거부한 것을 의식, 특검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대통령에 대한 `보고'만으로 수사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내용 ▲명칭 = SK비자금 2천392억원의 사용처 규명 등 2002년 대선관련 자금조사를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조사범위 = △SK비자금 2천392억원의 사용처 △현대 비자금 750억원의 사용처및 고 정몽헌 회장의 강압수사 의혹 사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300억원수수의혹 등 △이원호 대선자금 제공의혹 사건 및 양길승의 향응.금품수수 의혹 △이상수 전 민주당 사무총장의 100대 기업방문 및 모금내역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의 굿모닝시티 자금수수 의혹사건 및 200억원 대선자금 모금 의혹사건 △노무현 후보의 돼지 저금통 모금 의혹사건 △2002년 대선을 전후해 SK 등 기업 또는 개인으로부터 당선자와 후보자 또는 당선자와 후보자를 위해 일한 자가 제공받은 불법자금 ▲수사진 = 특검 1인과 특별검사보 8인으로 구성하고, 특검은 필요할 경우 각 사건마다 10인 이내의 특별수사관 임명 ▲수사기간 = 사전준비 20일 + 수사 3개월 + 수사기간 연장필요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2개월 1회 연장 가능 ◇전망 한나라당은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르면 27일 법안을 제출하고 곧바로 특검법 협상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나 `정치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미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도 선뜻 찬성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앞으로 상당한 논란과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당'은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특검 추진은 "검찰수사를 중단시키고, SK비자금 100억원 사건의 물타기를 통해 국면을 전환시키려는 정략"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노 대통령 관련 의혹이 수사 대상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경우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선 자신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순형(趙舜衡) 박주선(朴柱宣)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은 "SK비자금 사건, 최도술 사건, 현대비자금 사건 등에 대해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고, 아직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 등에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만큼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옳은 수순"이라고 말해 현 단계에서 적극 찬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특검 수사범위의 경우 앞으로 국회 협상을 통해 조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나라당이 내놓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최대 논란거리중 하나다. 또 한나라당이 수사기간을 준비기간을 제외하고 최장 5개월로 잡음으로써 수사종료 시점이 내년 17대 총선일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총선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한나라당이 원내과반인 149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 의지가 있다면 가결시킬 수는 있겠으나 그럴 경우 여론의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또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수용할 것이냐도 불투명하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노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정치권이 특검을 하자고 하면 마다할 수 없다"고 말한 대목을 "대선자금 문제는 전면 특검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면서 "대통령이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검찰이 (현재)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면 모르되, 검찰 수사가 끝난 뒤 그 수사가 부적절하다든지, 불신받을 만한 게 있는지를 생각보겠다"고 덧붙여 특검 여부는 `일단 검찰 수사 후' 사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