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23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세원정공에서 노조탄압 등에항의해 분신한 이해남(41.세원테크 노조지회장)씨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남긴 유서가 공개돼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이씨는 유서에서 "이 나라는 노동자들과 힘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는 너무나버거운 게 현실인 것 같다"면서 "노동자들과 농민들, 영세상인들, 그리고 빈민들이 억압받고 핍박받으며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 말고 또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는 "대한민국 헌법 1조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다'는 것은 정말로 웃기는얘기"라면서 "돈 있고 빽 있는 X들은 수천억을 해먹고도 검찰에 출두해 며칠간 콩밥먹고 나오면 그만이고, 가난하고 힘 없는 노동자들과 농민들, 빈민들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몇 년씩 구속되고, 수배되고, 가정까지 파탄나는 것이지금 이 나라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는 예전에 변호사 시절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셨던 때도 있었지만 세원테크 사태와 관련해 몇 차례 청와대 신문고에 진정을한 데 대해서는 여지껏 묵묵부답"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씨는 "사측의 수많은 불법행위를 고발하고 진정했지만 회장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더라"면서 "그러나 저희들이 2년 전 노동조합을 만든 후 간부들 전체가 집행유예, 구속, 수배, 손배, 가압류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이 나라의 법과 법을 집행하는 법원, 검찰, 경찰 등이 국민 앞에 당당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면서 "노동자들과 대화는 외면한 채 오로지 노동자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악질 기업주들에 대해 반드시 정부 차원의 대응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아셔야한다"고 끝맺었다. 대구 동산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이씨는 온몸에 3도의 중화상을 입어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대구=연합뉴스) 문성규 기자 moonsk@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