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폭주기관차'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넘겨받은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사활의 기로에 섰다. 출범 8개월째를 맞은 '코엘류호'가 오만에서 열리고 있는 2004아시안컵 예선에서 최약체나 다름없는 베트남과 홈팀 오만에 연패하는 국민적 충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초년병 세네갈의 8강 반란을 주도했던 프랑스 출신의 브뤼노 메추 감독과의 경합끝에 한국땅을 밟게 된 코엘류 감독은 다음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 능력을 심판받게 됐다. 경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코엘류로서는 축구 인생 최대의위기를 맞은 셈이다. "이제는 다른 팀이 한국을 이기려고 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준비하겠다"던 그의 취임 일성이 있었지만 아시아가 좁아 세계로 도약하려던 한국이 하수들에 연거푸일격을 당해 자존심이 구겨질 줄은 아무도 예상못한 일이었다. 그는 사령탑에 오르자 마자 전술운용의 폭이 크다며 수비시스템을 기존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하고 공격의 활로를 뚫기 위한 방안으로 패스 플레이를 강조하는등 '매스'를 대는가 하면 프로축구 현장에서 '옥석'을 찾는 등 나름대로 '색깔입히기'에 주력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5번의 평가전을 포함해 지금까지 치른 10차례의 A매치 성적은 4승1무5패로 반타작에 가깝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척 실망스럽다는 게 중론이다. 10경기에서 얻은 24골(8실점) 중 21골을 도저히 적수가 못되는 네팔(16골)과 베트남(5골)전에서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예닐곱명의 스트라이커들이 번갈아 상대 골문 공략을 담당했지만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하는 답답한 모습이 수없이 되풀이됐다. 코엘류 감독이 유로2000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린 명장이기는 하지만 이런 고질적인 골 결정력 빈곤 문제를 시원스럽게 해결하지는 못했던 것. 공격에서 숨통이 트이지 않다 보니 수비라인도 덩달아 불안해졌고 월드컵 때 위력을 자랑했던 강한 압박, 빠른 좌우 측면 공격, 탄탄한 조직력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 때문에 코엘류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과 비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히딩크 감독도 첫술에 배부르지 않았다. '코엘류호'가 약체에 무릎을 꿇은 것은 차치하더라도 히딩크 감독 또한 신고식무대인 홍콩 칼스버그컵 노르웨이전에서 패하는 등 두바이4개국대회까지 5경기를 치르면서 1승2무2패로 그저 그런 성적표를 받았던 것. 문제는 히딩크가 선수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속에 한국 실정에 맞는 스리백시스템 선택, 강팀 격파의 비밀병기가 됐던 파워프로그램 실시, 피말리는 주전 경쟁 유도, 멀티플레이어 양성 등 축구철학이 분명했던 반면 코엘류의 진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금까지 훈련기간이 30일 조금 넘고 해외파 차출이 어려웠던 데다 제대로 된원정훈련 한번 못하는 등 사정은 있지만 1년6개월의 계약기간 중 절반 가까운 임기가 흘렀고 명색이 월드컵 4강국인 점을 감안할 때 지도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물론 '오만발 쇼크'가 한국축구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보약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만큼 코엘류 감독에게 시간을 더 주고 지켜보자고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의 자만심과 나태해진 정신력도 질타하고 있는 가운데 코엘류감독에 대한 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사면초가에 빠진 코엘류 감독이 벼랑에서 벗어나 한국축구를 계속 이끌게 될 지,아니면 자신의 꿈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날개를 접을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재천기자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