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생산성-'도요타에서' 배운다] (6) '후쿠다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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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계의 도요타' 후쿠다구미 ]
도쿄시내 한 복판에 있는 스미다구(區) 미도리 4가의 한 공사 현장.
1백4개의 원룸이 들어가는 12층짜리 빌딩공사가 한창이다.
시공업체는 '건설업계의 도요타'를 지향하고 있는 후쿠다구미(福田組).
공사기간 11개월, 총공사비가 7억엔인 이 원룸빌딩 공사에서 후쿠다구미는 목표수익률을 통상의 건축공사보다 훨씬 높은 15%(1억엔)로 잡고 있다.
후쿠다구미는 이를 위해 원가분석에서부터 현장관리에 이르기까지 공사 전과정에 도요타방식을 응용한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후쿠다구미의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일본 건설업계는 지금 조그만 이 공사 현장을 주목하고 있다.
◆ 쇼미(正味)의 극대화
후쿠다구미는 이 원룸빌딩 공사를 시작하면서 작업을 25개 단계로 나눠 완전히 표준화했다.
'내부 공사전에 카펫 설치를 끝낸다(카펫을 깔면서 인테리어에 손상을 주거나 외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 배선과 외장재 마감은 함께 한다' 등이 대표적인 작업 표준화사례이다.
이 회사는 작업량도 표준화했다.
13개 협력회사 별로 투입 인원과 작업량을 고르게 배분해 13일 걸리던 일을 5일만에 끝내도록 했다.
"두가지 이상의 기능을 가진 다능공(多能工)을 배치하면 인건비 부담의 증가없이 작업효율을 높여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스즈키 히토시 현장소장)
작업장에서 지켜야할 원칙도 새롭게 만들었다.
'복도에 자재를 쌓아두지 않는다'거나 '작업을 마친 뒤엔 다음 공정에 투입될 자재를 필요한 곳에 정확히 옮겨놓는다' '공정별로 작업자가 스스로 품질을 체크해 관리자에게 보고한다' 등이다.
도요타의 JIT(적기공급시스템)와 간방(看板)방식을 건설현장에 적용한 것이다.
이른바 무다 제거와 쇼미의 극대화다.
쇼미는 알맹이를 뜻하는 말로 무다(ムダㆍ본질 이외의 모든 것)와 반대되는 개념.
"작업 재설계의 초점은 '쇼미'를 극대화하는데 맞췄습니다. 건설현장을 돌아보니 임금 비싼 기능공들이 자재옮기는 것과 같은 예비작업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고 있더군요. 그래갖고는 비용절감이 안됩니다. 허드렛일은 저임노동자에게 맡기고 기능공들은 그들만이 할 수있는 일에 집중시키면 자연스럽게 인건비 부담이 줄어들지요."(오가와 순사쿠 홍보부장)
◆ 건설현장은 쇼룸(Show Room)
후쿠다구미는 아파트 등 주택공사를 해도 별도의 모델하우스를 만들지 않는다.
1회성 전시행사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는게 목적이지만 '건설현장은 위험하고 지저분하다'는 이미지를 바꿔 놓겠다는 뜻도 있다.
스미다구 공사현장의 경우 골조공사 이후 배선 마감 인테리어 등 모든 공정은 12층부터 1층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도록 설계했다.
1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면서 각 공정의 진행상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
건물의 외관과 인테리어 등 '포장' 뿐만 아니라 벽 내부와 배선구조 등 전체 시공과정을 완전 공개함으로써 '설계대로 시공한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다.
각 룸의 입구에는 입주직전까지 일자별 작업예정표가 부착돼 현재 어떤 작업이 진행중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 예정자들에게 모델하우스가 아니라 정리정돈이 잘되고 작업환경이 안전한 공사현장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후쿠다구미는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입주자들은 설계대로 마감재를 쓰는지, 배선은 제대로 깔려있는지, 공조시스템은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궁금해하지만 건물을 뜯지않고는 알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보여줍니다."(고이케 유카 홍보주임)
◆ 원가는 0(제로)에서 출발
후쿠다구미가 지난해 1월 발표한 'RP-21' 프로젝트의 골자는 무다(낭비)배제, 원가기준과 표준작업안 작성, 그리고 이를 통해 경기동향에 좌우되지 않는 체질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원가를 '0'에서 보고 모든 업무를 재설계한 후쿠다구미의 개혁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에 대해 경쟁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수주잔액을 감안할 때 2004년 예상매출은 1조엔으로 지난 2001년보다 23%나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공사 발주가 줄어든데다 거품붕괴로 민간공사마저 급감,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대신 비용을 줄여 수익을 높인다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순익률은 9.5%에서 10.8%로 높여 잡았다.
철저한 비용 감소와 생산관리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후쿠다 사장은 "지금은 건설업계의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지만 도요타 방식이 성공할 경우 전 건설업계로 확산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