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무려 11조2천6백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 또한 2조5백억원을 기록했다. 세계적인 기업임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삼성전자의 도약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기술경영이다.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을 비롯 테크노 CEO(최고경영자)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회사를 한국의 간판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한 몫을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삼성만 그런 것은 물론 아니다. 내로라하는 기업에는 예외 없이 탁월한 테크노 CEO가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SK텔레콤 LG전자가 그렇다. 해외 쪽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 제너럴일렉트릭 시스코시스템스 야후 인텔 노키아 닛산자동차 컴퓨터어소시에이츠 등을 꼽을 수 있다. 글로벌 체제가 가속화하면서 기술경영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과 경영을 접목시키지 않고는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같은 흐름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창간 39주년을 기념해 '스트롱 코리아(STRONG KOREA)'사업으로 마련한 세계기술경영포럼에서도 확인됐다. 미래학자이면서 경제학자인 미국 MIT의 레스터 서로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신기술이 미래사회를 변화시킬 것"이라며 "그 주역은 바로 기술로 무장한 CTO들"이라고 밝혔다. 윤종용 부회장도 강연을 통해 "글로벌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기술경영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기술경영이나 기술경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 중반부터 관련학회와 업계를 중심으로 사업을 펼쳐 왔다. 그러나 그 성과는 별로 없었다. 말로만 기술경영을 중시했을 뿐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기때문이다. 기업의 경쟁력은 곧 국가의 경쟁력이다. 기업이 강해지려면 유능한 이공계 출신들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 한경이 지난해 8월부터 스트롱 코리아를 아젠다로 내걸고 이공계 살리기 운동을 전사적으로 펼쳐온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참여정부는 '과학기술중심사회 구축'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장학금지원 확대,연구원 정년보장 등 대책을 내놓고 있다. 재계를 비롯 대학교,출연연구소도 이공계 지원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만족스럽지 못한 게 현실이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제2의 과학기술진흥'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가 관철될 것으로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돌아가는 모양새도 그렇다. 국가 과학기술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부터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기술자문회의의 권한과 기능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법 개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자문회의가 주도한 차세대 성장동력의 선정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자문회의가 사실상 의사결정기관으로 부상하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최고의사결정기관)-과학기술자문회의(자문기구)-과학기술부(정책집행)라는 3각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출연연구소와 연구회 재편,과학기술중심사회구축 방안 마련 등이 차질을 빚을 조짐이다. 이대로 가다간 과학기술진흥이란 과제가 정치 이슈에 파묻혀 버릴 것으로 과학기술계는 우려하고 있다. 이웃 중국이 세계 3번째로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면서 또 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러시아 기지에서 우주천체관측용 위성을 쏘아올린 우리에 비해 너무도 앞서가고 있다.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와 과학기술인의 천국' 중국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를 모두가 되새겨야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