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30석 규모의 자그마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미 피아체(mi piace)'가 지난달 오픈했다. 영어로 'I like'를 뜻한다는 이름의 이 식당은 찾기도 어렵고 평범하기 그지없지만 음식의 맛과 모양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주인인 김혜영 사장은 서울 하얏트호텔 입구에 자리한 '라쿠치나'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장의 며느리다.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라쿠치나 요리의 맛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한몫했다. 김 사장은 늘 유럽풍의 작은 식당을 갖고싶어했는데 이번에 소망을 이루게 됐다. 실내장식은 김 사장이 집에서 가져온 그림과 그릇 등으로 꾸며 가정집 거실 같은 분위기다. 음식에서는 정성과 연구자세를 엿볼 수 있다. 주방장은 유명 호텔 출신이지만 서로 맛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음식을 만든다. 라쿠치나 때부터 단골이었던 손님들도 수시로 맛에 대한 평가를 해주고 있다. 토론과 검증을 거쳐서인지 음식맛은 전혀 거부감이 없다. 메뉴는 다양하지 않지만 독특하게 꾸몄다. 안티파스티(전채요리)는 3가지를 담아 여러맛을 즐길 수 있는 모둠이 좋다. 리조토를 오븐에 구워 누룽지처럼 만들어 내놓는다. 해물 스파게티의 경우 '짬뽕 스타일'로 만들었더니 너무들 좋아한다고.오이와 파프리카 양파 등으로 만든 피클은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김 사장 자신이 외국에서 맛본 요리를 한국식으로 바꾸는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앤초비(서양멸치젓)와 양배추로 만든 스파게티에다 가리비를 첨가해 내놓는 것이나 성게알 크림소스 등이 그것이다. 돌치(디저트)로는 직접 만든 티라미수케이크에다 에스프레소를 권한다. 김 사장은 와인마니아이기도 하다. 작은 와인셀러도 갖춰놨다. 추천해주는 와인이 믿을 만하다. 식당을 통째로 빌려 파티를 여는 것도 멋지겠다. (02)516-6317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