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서북쪽 사이타마(埼玉)현의 고시가야(越谷) 우체국.


3층 계단을 올라서면 정면으로 'JPS개혁 고시가야 추진실'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JPS(Japan Post System)는 도요타 생산방식(TPSㆍToyata Production System)을 본 뜬 일본우정공사의 개혁 프로그램.


도쿄 외곽의 자그만한 이 방이 일본 최대 금융회사(우정공사)의 구조조정을 총 지휘하는 사령부다.


도요타는 '도요타 방식'으로 우정공사를 수술해 달라는 일본 총무성의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7명의 최정예 전문가를 파견했다.


도요타는 이들 '특공대'를 보내면서 우정공사 본사 빌딩이 아닌 고시가야 우체국에 캠프를 차렸다.


"깜짝 놀랐습니다. 당연히 본사 빌딩의 넓은 사무실을 달랠 줄 알았지요.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이게 바로 도요타 방식이더군요."(니시지마 유타카 우편사업본부 JPS추진부장)



◆변두리 우체국에 베이스캠프


도요타 특공대가 고시가야 우체국에 캠프를 차린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시가야 우체국은 2백개의 우편물수집소를 총괄하고 있다.


또 직접 우편을 접수하여 배송하는 지역센터 기능도 갖고 있는 일본 우체국의 표준이다.


"고시가야 우체국에서 개선할 점을 찾아 매뉴얼을 만들면 80개 허브스테이션에 그대로 우체국에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래서 굳이 변두리에 있는 이곳에 사령부를 설치한 것입니다."(도요타 파견 직원)


처방에 앞선 진단작업은 우정공사 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했다.


예컨대 한개의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동선(動線)을 파악하기 위해 JPS팀은 우편배달부의 허리에 만보기를 채우기도 했다.


여러 배달부의 만보기에 찍힌 숫자를 비교, 우편물의 양에 따라 동선을 달리하도록 조정하는 식이다.


우체국에 들고나는 우편물의 흐름을 조사할 때는 스톱워치와 디지털카메라까지 동원했다.


24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갠 뒤 각 15분마다 집배신되는 우편물의 양과 종업원의 작업속도를 스톱워치로 체크하고 카메라에 담아 표준화할 수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JPS프로젝트팀이 내놓은 1차 보고서는 우정공사의 자존심을 무참히 뭉개버렸다.


집배신 시스템의 혼선으로 인한 이중 작업과 비효율적인 업무분장으로 인한 낭비가 신랄하게 지적됐다.


우편물이 적을 때 직원들이 많거나, 우편물이 많을 때 직원이 모자라는 불균형과 수송트럭이 정시에 도착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업무공백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도마에 올랐다.


"관리조직은 비대한 반면 현장직원은 상시적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에서는 간부의 얼굴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일그러졌습니다."(시바누마 미쓰루 고시가야 우체국장)


JPS팀은 진달결과를 토대로 업무 스케줄을 다시 조정하고 일상적인 업무 수행의 개인별 편차를 막기 위한 작업 표준안도 새로 마련했다.


작업 능률이 가장 높은 방식으로 업무를 표준화하기 위한 작업 공간의 재배치도 이뤄졌다.


일정한 작업 물량이 항시 대기하도록 함으로써 업무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도요타식 'JIT(Just In Time)' 시스템의 도입이다.



◆ 표준화와 집중화로 인력수요 절감


"지난해 우정공사 우편사업본부의 손익계산서를 보니 인건비 지출이 무려 1조3천7백5억엔이나 됐습니다. 전체 경상비(2조1천9백95억엔)의 62%에 해당하는 규모예요. 결론은 자명하지 않습니까. 이익이 나는 구조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을 줄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도요타 파견 직원)


JPS팀은 표준화와 집중화에서 길을 찾았다.


작업의 표준화로 1만통의 우편물을 분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3시간에서 2시간 30분으로 단축했다.


우편접수와 집배신, 배달업무에서도 이와 비슷한 효율 개선을 이뤘다.


고시가야 우체국 직원은 정직원 3백50명, 계약직 3백50명 등 총 7백명에 달했다.


정확한 업무분석으로 일을 집중시키면 특정 시간대에 시간제로 일하는 계약직 사원의 숫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절약할 수있다.


우정공사 계약직의 급여는 정규직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앞으로 생산성 향상으로 발생하는 잉여인력은 우편보험 판매 등 영업으로 돌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식직원의 해고가 불가능한 만큼 정년퇴직에 따른 인원감소는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신규채용도 하지 않는다.


추가 투입없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은 줄임으로써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경영의 기본원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 전국으로 확산되는 개선활동


프로젝트팀의 인원은 지난 5월부터 60명으로 늘어났다.


우정공사 13개 지사에서 차출된 40명이 9월까지 5개월동안 고시가야 우체국에서 도요타식 개선활동을 연수받았다.


이달부터 소속 지사로 복귀한 이들은 모델 우체국을 선정한 뒤 코시가야와 같은 개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들어온 '2차 연수생' 40명도 내년 3월까지 똑같은 교육을 받게 된다.


우정공사 본사내 JPS추진팀은 앞으로 전국 13개 지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개선활동의 이행상황을 감찰할 계획이다.


프로젝트팀의 칼날은 이제 우정공사 본사로 향하고 있다.


우편물 수송의 3분의 2 가량을 맡고 있는 일본우편체송 등 협력업체들에 대한 과다지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것.


경영시스템에 직접 메스를 가하기 보다는 현장의 불합리와 비효율을 지적하면서 관리의 부재(不在)를 보여주는 것이 도요타식 스타일이다.



도쿄ㆍ사이타마현=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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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양승득(도쿄특파원) 우종근(국제부 차장) 이익원 이심기 정태웅 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김영우(영상정보부 차장) 허문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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