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재신임'을 받는 방안을 공론에 붙여보자"고 밝혀 과연 대통령을 재신임할수 있는 법적 근거와 방법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대통령의 재신임 절차를 실제로 이행한 사례가 없을 뿐더러노 대통령이 언급했듯 현행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규정한 뚜렷한 명문 조항도 없어 재신임 방안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대통령의 재신임이 거취 문제와 직결된 중요 사안이라는 점에서 우선 생각해 볼수 있는 방안은 노 대통령이 언급했던 국민투표 방식과 여론조사. 여론조사의 경우 지난 대선 직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기 위한 방안으로 전격 도입됐던 방법.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당시에도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지루한 실무협상이 이어졌고 조사방식 유출 공방과 논란이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통령 재신임 방안으로서 어느정도 공신력을 지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당시는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어떤 의미에서 사인(私人)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일국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여론조사에 과연 신뢰성을 둘 수 있을지는 더욱 의문스러워 이 방법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국민투표. 헌법 72조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인정할 경우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신뢰도 저하로 국정수행 자체가 어려울 경우 이를 `기타국가안위에 대한 중요정책'이라고 간주, 재신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는 입장도 있으나 이는 법령의 지나친 확대해석이라는 시각이 법조계에선 다수다. 또한 헌법 72조 규정에 따른 국민투표법은 주로 국민투표를 진행하는 절차에 대한 규정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 국민투표 결과의 평가 기준이나 방식, 효력 등에대해 자세한 규정이 미비한 것도 국민투표 가능성에 장애로 작용한다는 평가다. 말하자면 국민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든지 등 구체적인 규정이없어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재신임 여부는 결국 대통령 자신의 정치적 결단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다만 대통령이 중요 정책사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재신임의 성격을 가미하는방식은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노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먼저 찬반 입장을 정하고 이를국민투표를 부쳐 대통령이 미리 정한 입장과 다른 결론이 날 경우 재신임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방법. 이와 유사한 사례로는 지난 69년 지방행정개혁과 상원개편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자신의 진퇴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후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자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있다.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를 가능토록 하는 법률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있다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국민투표가 아니라 법률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조항을 만들자는 것. 그러나 이렇게 나온 재신임 투표 결과는 대통령직 유지와는 별개의 문제로, 만약 투표 결과가 `불신임'으로 나왔을 경우 하야토록 하는 규정을 집어넣는다면 명백한 위헌이 된다. 헌법 65조와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라면 국회의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재직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재신임 투표 결과에 따라 용퇴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은 할 수있고, 이 약속에 따라 투표 결과가 `불신임'으로 나왔을 경우 하야하는 일은 정치적선택으로서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입법권을 가졌다는 특성에서나온 것이긴 하나 대통령 역시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이고 헌법상 신분이 보장돼 있다는 점에서 위헌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처럼 각당이 후보를 정한뒤 이들이 대통령과 함께 소환투표를 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소환 투표와 관련, 우리나라에서는 자유당 말기에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가 논의된 사례는 있었으나 제도화하진 못했다. 대통령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의 탄핵의결이 명문화돼 있다. 국회 재적과반수 이상의 발의로,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탄핵 의결이 되고 의결되면직무는 정지된다. 국회의 탄핵 의결의 경우 헌법재판소로 넘어가 최종 심판이 나야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