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 재경위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한은의 경기예측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다. 의원들은 정당 구분 없이 중앙은행이 내놓는 경제전망이 해마다 크게 빗나가면서 통화신용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경제 불확실성을 오히려 가중시키고 있다며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첫 질의에 나선 한나라당 김동욱 의원은 지난 2000년 이후 한국은행의 경기전망과 실적치 사이에 매년 2.0% 이상의 예상오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의 전망치와 실적치간의 오차가 지난 2000년 2.1%, 2001년 2.2%, 2002년 2.4%, 올해 3.5%(추정)에 이르고 있다. 같은 당 김황식 의원은 "한은의 심장격인 조사국 직원 71명중 박사급 6명, 석사급 34명, 학사급 31명 등 고급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조사예측력은 엉망"이라고지적하고 "외국 예측기관에 비해 기능이 형편없을 뿐더러 민간연구소만도 못하다'는비난이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박병윤 의원은 "지난 1999년 이후 한은이 전망한 성장률은 제대로 맞은적이 한 번도 없고 올들어서도 계속 수정하고 있다"며 "한은의 공신력과 신뢰가 실추되고 경제에 멍이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승 총재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우선 한은의 능력과 노력이 부족했다"며 "그러나 우리 경제구조가 과거 20년간 현격하게 달라져 과거 시계열의 법칙성만으로 예측하는 것이 어렵게 됐다"고 해명했다. 박 총재는 특히 "올들어 미-이라크전, 사스, 태풍 등 불가측한 돌발변수를 적절히 고려하지 않아 예측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경제전망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경제에 대한 예측능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하는 등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올해 돌발변수가 많았다고 하지만 태풍이나 파업등 매년 일어나는 일들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박 총재를 몰아붙였따. 재경부장관 출신인 강봉균 의원은 "한은 총재가 매년 재경위에 보고한 경제전망이 한번도 맞지 않았다"며 "앞으로 분기별로 경제성장률 실적을 발표하고 국회에 나와 이를 보고하는 한편 분기마다 청문회를 열어 통화신용정책을 평가받는 방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경기예측 부실과 함께 한은의 금리 결정 시기의 타당성과 효과에 대한 의원들의질타도 쏟아졌다. 민주당 강운태 의원은 "지난 99년 이후 10차례 콜금리를 조정했는데 과연 인상.인하조치가 적정했는지를 분석해보면 썩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며 "경기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된 적이 3차례나 있었고 때가 늦어버린 경우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효석 의원은 "경기상승세를 탔던 2002년 2.4분기 섣부른 금리인상으로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었고 2000년 4.4분기 경기침체기에는 대폭 금리를 올렸다"면서 '타이밍'의 문제를 추궁했다. 통합신당의 강봉균 의원은 "콜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불안을 느껴 그동안 금리인하 시기를 놓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대해 박 총재는 "적기에 대처했다고 생각하지만 평가는 다를 수 있다"는답변으로 질문공세를 피해나갔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