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강타한 제14호 태풍 '매미'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14일 현재 98명으로 늘어나는 등 시간이 갈수록 인명.재산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 이 같은 수치는 주민 신고 등을 근거로 집계한 것이나 정전이나 통신 두절 등에의해 아직 신고되지 못한 인명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 사망자와 실종자는 100여명을 넘어설 것으로 우려된다. 태풍이 13일 동해상으로 완전히 빠져나가면서 두절됐던 철도 전라선 순천∼여수,중앙선 단양∼단성, 고속도로 구마선 대구방향과 중앙선 춘천방향의 복구가 완료되는 등 복구작업이 본격화되고 있어 정확한 인명 및 재산 피해 규모는 조만간 파악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명피해 =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74명, 실종 24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12일 경남 마산시 해운동 595 해운프라자가 물에 잠겨 건물 안에 10여명이 수몰된 것으로 알려져 경찰과 해군, 119구조대 등이 출동해 물빼기 작업 등 수색작업을벌여 13일 시신 2구와 14일 오전 6구를 추가로 발견하는 등 모두 8구를 인양했다. 또 전남 여수시 화양면 용주리 유호연(77) 씨의 단독주택이 무너져 내린 산비탈흙에 매몰돼 유 씨의 부인 박인심(74) 씨가 숨지고 유 씨가 부상했으며, 제주 연동에서는 안옥수(73.여) 씨가 맨홀 실족으로, 서귀포시에서는 김명구(58) 씨가 바지선결박 중 불의의 사고로 각각 숨졌다. 사망.실종자를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52명으로 가장 많고 경북 15명, 전남 9명,강원 9명, 부산 7명, 대구 3명, 제주 2명, 전북 1명 등이다. 원인별로는 산사태 17명, 건물붕괴 11명, 하천급류 21명, 침수 16명, 기타 33명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부산 수영구 아파트 신축공사장 등지에서 크레인 2대가 넘어지면서 소방관 5명이 부상했고, 중앙선 단양∼단성 구간에서 새마을호 3량이 탈선, 승객 28명이 다치기도 했다. ◆재산 피해 = 해일과 하천 범람 등으로 제주 27채를 비롯한 전국에서 주택 196채가 파손되고, 2천371채가 침수되는 등 재산 피해가 잇따랐다. 도로 123개소와 교량 1개소, 비닐하우스 1천644㏊가 파손되고, 경남 6천69㏊ 등경남북, 전남북 농경지 9천373㏊가 침수됐다. 또 이재민도 크게 늘어 강원 4천182가구 1만2천149명, 경남 4천335가구 1만284명 등 모두 9천497가구 2만4천966명이 학교나 마을회관, 이웃집 등에 분산 수용됐다. 부산항 신감만부두와 자성대부두에서는 고가 장비인 항만 컨테이너 크레인 11대가 넘어지거나 레일 이탈로 파손, 복구에 최소 1개월에서 15개월까지 소요될 것으로보여 당분 간 수출.입 화물 수송에 큰 차질이 예상된다. 또 부산과 여수, 제주에서 유조선 3척이 침몰해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방제작업중이고, 제주 항구에 정박 중이던 선박 26척이 침몰 또는 좌초되는 등 제주와 남해안에서 모두 90여척의 선박피해가 발생했다. 이 밖에 서귀포 서귀항 등 방파제 405m가 유실되고 서귀포 88올림픽 경기장의지붕과 남군 종합경기장 기념관 지붕이 파손됐다. ◆대규모 정전.통신두절 = 태풍이 동반한 강한 비바람으로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져 정전사고가 속출해 경남 52만 가구와 부산 33만 가구 등 147만 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다. 한전과 협력업체 직원 8천400여명이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긴급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고, 14일 오전 10시 현재 90%에 이르는 133만 가구에 전기공급이 재개된 상태다. 나머지 가구도 14일중 전기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남 거제지역 6만가구는 송전 철탑이 오는 16일께 복구가 완료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가전제품과 사용 등이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자력 발전소의 외부 송전선로나 주변압기가 고장을 일으키는 바람에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발전소 5곳이 가동을 중지했고, 통신기지국도 2천969곳이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으나 현재까지 1천911곳만 응급복구가 끝난 상태다. 또 부산 월래정수장 등 21개 시.군 32개 정수장이 호우피해로 수돗물 공급을 중단,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오전 10시 현재 19개 정수장이 복구됐다. ◆도로 및 철도 유실 = 12일 오후부터 철도 전라선과 중앙선, 영동선 등 6개선이 집중호우 등으로 불통되는 등 철도와 도로의 불통사태도 잇따랐다. 12일 오후 7시10분께부터 불통된 전라선 순천∼여수 구간은 13일 오전 11시 50분께 복구가 끝났고 중앙선 단양∼단성, 태백선 제천∼백산, 여천선 흥국사∼남해화학 구간도 복구가 완료됐다. 그러나 영동선 영주∼강릉 구간과 정선선 정선∼나전 구간은 복구 작업이 한달여간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속도로는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과 중앙선 춘천방향, 중부내륙선 마산방향이 두절됐다 13일 복구가 완료됐고, 중앙선 대구방향 132.5㎞ 지점은 1개 차선의통행이 재개됐으나, 완전복구는 16일께 가능할 전망이다. 또 강풍으로 부산 광안대교의 통행이 12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면 통제된 뒤 13일 오전 5시 통행이 재개되고 영도대교 난간이 파손되는 등 모두 77개 도로 구간이일시 침수됐다. 상당수 바닷길도 끊겼지만 13일 오전 8시부터 목포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운항을 재개, 연안 여객선 전체 96개 항로 135척이 정상운항하고 있다. ◆피해규모 전망과 복구 =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정전 등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 조사가 늦어지고 있다"며 "정확한 피해 조사가 진행되면 피해 규모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국립보건원은 13일부터 부산 및 경남.북 지역 등에 방역기동반 345개반(983명), 의료지원반 17개팀(72명)을 투입 방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의료지원반은 장티푸스 예방접종을 함께 실시하고 취약지의 75개 보건소와 413개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상방역 및 설사환자 감시체계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한편 현재 낙동강 유역 진동, 현풍, 구포, 삼랑진 등 4곳에는 14일에도 홍수경보가 발령돼있어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재해대책본부는 12일 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직원과 수해지역 시도에서복구작업 등을 위해 비상근무에 나섰다. (서울=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