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제14호 태풍 `매미(MAEMI)'가 한반도를 강타, 105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20여명이 수몰된 것으로 파악돼 사망자가 120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147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강풍과 폭우로 집이 침수되면서 경남 373가구, 경북 100가구등 582가구 1천416명의 이재민이 발생, 인근 학교나 마을회관 등에 분산수용됐다. 강풍으로 무게 800t이 넘는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이 줄줄이 넘어지고 철도 및 도로가 유실되면서 대규모 산업피해가 발생했으며 농작물 침수와 낙과 피해, 양식장파손 등 수산물 피해도 상당한 규모에 달했다. 쌀농사도 궂은 날씨에 태풍피해까지 겹쳐 23년만의 대흉작이 우려된다. 태풍 `매미'는 12일 오후 4시10분 북제주군 한경면 고산 수월봉기상대에 설치된 풍속계에서 초속 60.0m를 기록, 순간풍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남해에 453㎜를 비롯해 영.호남, 중부지방에 140㎜ 이상의 비를 뿌렸다. `매미'는 13일 새벽 2시30분께 경북 울진 부근에서 동해로 빠져나갔으나 낙동강 유역에 홍수경보와 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 인명피해.수몰 = 14일 0시 현재 태풍 매미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71명, 실종 34명으로 파악됐다. 또 13일 오전 3시께 경남 마산시 합포구 해운동의 지상 6층, 지하 3층 건물인 해운프라자가 물에 잠기면서 지하 노래방 등에 20명 가량이 갇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14일 0시 현재 서영은씨(23.여.서울 동대문구)씨 등 2명의 시신이 인양됐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소방차와 양수기를 동원, 물빼기 작업을 하고 있으나 1시간에 40㎝ 정도밖에 물이 줄지 않아 지하 2층 바닥이 드러나는 14일 아침이 되어야 정확한 피해상황이 드러날 전망이다. 13일 오전 3시께는 경남 의령군 가례면 양성마을 계곡물이 불어 가옥 5채가 유실되면서 주성추(73)씨 등 일가족 5명이 사망했으며 김봉식(63)씨는 실종됐다. 또 이날 오전 2시께 거창군 가북면 중촌리 다전마을 주택 9채가 산사태로 매몰되면서 이 마을 이기환(67).김영순(65.여)씨 부부가 실종되고 3명이 부상했으며, 오전 6시께는 강원도 삼척시 오분동 백경도(72)씨 집이 매몰되면서 잠을 자던 백씨와 손녀 자욱(16)양 등 2명이 숨졌다. 오전 4시께 경북 울릉군 서면 구암리 구암초소에서 경비근무를 서다 안전지대로 대피하던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소속 정선일(23) 수경 등 전경 3명이 실종됐다. ◆ 최악의 정전사태 = 12일 오후 4시께부터 전국 곳곳의 고압선이 끊어지면서 부산을 시작으로 울산.경남, 대구.경북, 전남, 제주 등 남부지방 147만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겨 약 500만명의 주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울산.온산공단과 여수, 대구 성서공단 등에는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 S-오일, SK, 금호P&B 등 34개 석유화학업체들이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부산의 매리.물금취수장과 덕산.화명정수장도 정전으로 가동이 중단돼 부산시내 100여만가구에서 4시간 이상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울산지역도 한전선로의 40%인 48개 선로가 끊어지고 변압기가 고장나 15만여가구가 정전됐고 경남 전역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기면서 55만3천여가구가 정전됐다. 대구와 경북지역도 19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으며 대구 동구와 수성구 지역도 정전에다 수돗물 공급도 끊기고 전화도 불통됐다. 12일 오후 10시15분께는 고리원전 3.4호기가 송전선로 이상으로 원자로와 터빈발전을 정지한데 이어 고리 1.2호기도 13일 0시16분께 발전을 정지했다. 월성원전 2호기는 12일 오후 11시17분께 주변압기에 이상이 생겨 터빈이 정지됐고 월성 1호기는 원자로 출력을 92%까지 낮춰 운전중이다. 13일 오후 10시 현재 전국에서 123만 가구에만 전기공급이 재개된 상태다. ◆ 열차 탈선. 철도.도로 유실 = 이번 태풍으로 철도는 새마을호 열차가 탈선한 중앙선과 태백.여천.전라.영동선 등 5개 노선 10곳에서 열차운행이 중단됐다. 중앙.중부내륙.구마 등 3개 고속도로와 49개 국도에서 산사태 및 낙석, 침수, 도로유실 등으로 차량운행이 통제됐다. 13일 0시44분께 충북 단양군 단성면 북하리 중앙선 상행선에서 산사태가 나면서 낙석이 발생, 안동발 청량리행 새마을호 열차 3량(객차 1량 포함)이 탈선해 승객 28명이 부상했다. 철도청은 이날 오전 긴급 복구작업을 끝내고 오후 2시부터 중앙선 열차 운행을 재개했다. 선로 침수, 하천 범람 등으로 1시간30분 가량 지연 운행됐던 서울-부산간 상.하행선 열차 운행도 13일 오전 11시부터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강원도 영동선과 태백선은 모두 26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선로가 유실되거나 파손돼 피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는 구마선 대구방향 6.5㎞ 지점과 중앙선 춘천방향이 두절됐다 이날 오전 복구가 완료되는 등 3개 고속도로가 한때 통제됐으며 49개 국도 일부 구간에서 산사태 및 낙석, 침수, 도로유실 등으로 차량운행이 통제됐다. ◆ 컨테이너 크레인 전복 = 12일 오후 9시께 초속 42.7m의 강풍이 불면서 신감만부두의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 7기 중 6기가 넘어졌고 자성대부두에서도 크레인 12기 중 2기가 넘어지고 3기는 궤도를 이탈했다. 신감만부두의 크레인은 기당 무게가 985t, 자성대부두의 크레인은 835t이나 되지만 강풍에 맥없이 무너지거나 궤도에서 밀려났다. 부산항 컨테이너부두의 크레인 48기 중 4분의 1 가량이 작업불능 상태에 빠진 것으로 재산피해만도 4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전복된 크레인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하게 파손돼 새로 제작하는데 15개월 가량이 걸리고 궤도 이탈 크레인을 원위치시키는데도 한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여부산항 전체 물량의 25% 가량을 처리하는 이들 부두의 하역작업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 대흉작.낙과 피해 = `매미'에 따른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전국적으로 3천500ha 이상의 논이 침수되고 9천여ha의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발생해 23년만의 대흉작이 우려되며 본격적인 출하기를 앞둔 배와 사과 등도 엄청난 `낙과' 피해를 입었다. `매미'가 상륙한 경남에선 창녕 167㏊, 함안 98㏊, 밀양 53㏊ 등 모두 318㏊의 논이 침수됐고, 경북에서도 13일 오전 7시30분께 의성군 구천면 미천리에 있는 둑 2곳이 무너지면서 인근 농경지 600ha가 물에 잠기는 등 각 시.군에서 농경지 수백ha가 침수 또는 유실됐다. 전남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고흥 1천912ha, 여수 605ha, 완도 90ha 등 논 2천615ha가 침수됐고, 나주 1천220ha, 신안 998ha, 보성 825ha, 장성 734ha 등 6천969ha가 도복 피해를 입었다. 전북에서는 임실 620ha를 비롯, 남원 300ha, 정읍 200㏊, 무주 174㏊ 등 1천300여㏊에서 벼가 쓰러졌다. 그러나 다행히 호남지역 최대 들녘인 김제평야와 익산 만경평야는 이번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지 않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경남에서는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사과와 배의 절반 이상이 낙과피해를 입었다. 경남도내 최대의 배 재배단지인 진주시 문산읍은 전체 966㏊ 가운데 추석 전 출하한 과수원을 제외한 대부분 과수원이 70% 정도의 낙과 피해를 봤고 하동군도 전체 배 재배면적 240㏊가운데 50-60%가 낙과 피해를 입었다. 경남도내 사과 주산지인 거창군도 전체 재배면적 1천405㏊ 중 현재 40% 정도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됐으며 전남 나주의 배 과수단지 600ha를 비롯, 순천과 구례, 해남의 배 및 사과단지 135ha가 낙과 피해를 입었다. 특히 낙동강 유역 진동, 낙동, 현풍, 구포, 삼랑진 등 5곳에는 홍수경보가, 왜관 지점에는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여서 농경지 추가 침수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 양식장 피해등 수산물 피해 = 태풍 `매미'가 상륙한 경남 사천과 통영.거제일대는 가두리양식장을 비롯한 수산양식시설 대부분이 파손돼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통영시 산양읍 중화.풍화.연명리와 곤리도 일대 200여㏊의 가두리양식장이 대부분 파손돼 양식어류 수천만마리가 유실됐고, 욕지.사량면 일대 30여㏊ 가두리양식장과 용남면 지도 일대 굴양식장도 대부분 파괴됐다. 거제시 둔덕면과 남부면 저구 일대 가두리양식장 80여㏊도 그물이 터지거나 시설물 자체가 모두 파도에 휩쓸려 물에 잠겨 수백억원대의 피해가 예상된다. 경북에선 포항 남구 장기면 양포리 연안에 설치된 해상 가두리 양식장 3곳이 유실 또는 반파돼 양식중이던 우럭 등 10여만마리가 달아나고 정치망 어장 2개소 5㏊가 파손된 것으로 신고됐으나 아직 높은 파도 때문에 정확한 피해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전남 여수와 완도, 고흥 등에서도 수십곳의 해상 가두리양식장이 통째로 유실되거나 파손되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 재해복구 작업 = `매미'가 동해상으로 빠져나가고 피해 집계가 진행되면서 재해 복구 작업도 본격화됐다. 복구 작업에는 공무원과 현지 주민들은 물론 경찰, 군인, 각 자원봉사단체 등이 나서 침수지역 물 빼기, 도로 씻어내기, 넘어진 가로수와 전신주, 가로등 치우기 등을 하며 피해지역 곳곳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특히 육군은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11군단 등 4개 부대 400여명의 장병과 굴착기 등 10대의 장비를 동원, 영호남.강원지역의 8개 침수 및 도로유실지역에 투입키로 했다. 대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도 이날 오전부터 장병 60여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부대주변 지역에 대한 피해복구 작업을 벌인데 이어 14일부터는 매일 600-700명의 장병을 지원할 예정이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2일 오후 4시부터 중앙 유관기관 21개 기관에서 52명이 3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으며, 전국 시.도와 시.군.구에서도 2만3천700여명이 비상근무를 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부산.창원.대구.광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