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노사관계 개혁로드맵'이 4일 그 윤곽을 드러냈다. 권기홍(權奇洪) 노동부장관은 이날 열린 노사정위원회 본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노사관계제도 선진화 연구위원회가 마련한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을 보고하고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노동계가 대부분의 내용이 사용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반면 근로자의권리를 축소했다고 주장하면서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돼 큰 논란이 예상된다. ◆사용자 권한 강화 = 우선적으로 직장폐쇄 요건이 명확해진다. 현재 사용자의 직장폐쇄 권한은 합법 파업에만 허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불법파업이라고 하더라도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이와함께 공익사업의 합법 파업에 대해서도 신규 채용과 하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허용된다. 현행법은 해당사업내 인력을 통해서만 대체근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당 해고제도도 대폭 개선된다. 현행 제도는 부당 해고시 5년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토록하고 있지만 앞으로 화해제도로 대체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객관적으로 복직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에는 금전보상제도가 도입되고 정리해고시 노조와의 협의기간(현행 60일)도 단축된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오는 2007년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시점에 맞춰 유니온숍제도(신규 채용되면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제도)도 정비된다. 이를테면 이 제도가 아예 폐지되거나 이를 유지하되 다른 노조에 가입하거나 따로 노조를 조직할 경우 신분상 불이익을 줄수 없도록 보완장치가 마련된다. ◆근로자 권리 신장 =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 관행이 개선된다. 현행법은 오는 2007년부터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지만 앞으로 예외규정을 둬 노조 규모에 따라 법령이 정하는 기준내에서최소한도의 전임자 급여지원이 가능해진다. 의무적인 단체교섭 사항에 관한 기준도 마련된다. 이를테면 조합비 일괄공제와 근무시간중 조합활동 보장,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교섭 및 쟁의절차 관련 사항 등이 단체교섭 사항으로 명시된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으로 정의하고 교섭및 쟁의행위 대상을 '이익분쟁'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함께 실업자라고 하더라도 초기업 단위 노조 가입이 가능해진다. 단 기업단위 노조에서는 가입이 금지된다. 현행법은 실업자를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해석, 기업별 노조.초기업노조를 불문하고 노조가입과 임원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상급 노사단체가 아닌 제3자가 교섭 및 쟁의행위를 지원했을 경우 행정관청에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처벌받는 제3자 지원신고제도 폐지된다. ◆노사협의회 활성화 등 기타 = 현재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노사협의회가 활성화된다. 노사관계선진화 방안은 근로자 과반수이상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노조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위촉권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따라서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이 근로자위원을 직접 선출해야 한다. 파견.사내 하청 근로자도 노사협의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된다.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이 근로자대표로 간주된다. 협의.의결사항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 근로자위원이 자료를 요청했을 때에는 사용자가 일정기일이내에 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위원이 이를 누설했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되거나 의결된 사항은 취업규칙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된다. 필수공익 사업 개념 및 직권중재제도가 폐지되고 공익사업 분야 파업시 최소업무 유지의무가 신설된다. 예컨대 병원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직원 등 최소 요원은 파업에 참여시키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긴급조정을 통한 분쟁 해결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쟁의행위 금지기간이 현행30일에서 60일로 확대된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이 마련되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제한을 현행 2년에서 노사자율로 정해지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노사정위 논의전망 =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은 이제 노사정위원회에서본격 논의될 예정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노사정위원회에 노동계의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이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의 내용 대부분이 사용자 대항권만 강화해준 셈이라고 주장하면서 크게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사가 대부분 주요 핵심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논의종결제를 도입, 운용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가 노사의 합의를 이끌어내지못하게 된다면 논의를 마무리짓고 그 결과를 정부에 이송하게 된다. 이 경우 노동부는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정부안을 만들어 입법절차를 밟게 된다. 여하튼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에 대해 노동계의 반발이 드셀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같은 방안들이 입법화되고 국회 통과를 거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 기자 chun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