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 베이징 '6자 회담'의 조기타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BBC 등 미국 및 영국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부정적 전망 = NYT는 미국과 북한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끝내기 위해 중국 베이징에서 6자 회담의 모습으로 얼굴을 맞대고는 있지만 각국 외교관들은 조기 타결가능성에 대해 가볍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미국과 다른 나라의 많은 외교전문가들이 북한의 김정일이 핵무기 프로그램 포기에 정말로 관심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대사는 "김정일이 깊숙한 핵프로그램 사찰을 허용하지 않은 채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은 그의 게임"이라고 말했다. 아시아지역 외교분석가들은 즉각적인 타결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일본 게이오(慶應)대 국제문제 및 한반도 전문가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교수는 "미국이나 북한 모두 큰 양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6자회담은 상황을 진전시킬 수도,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교착상태가 지속될 수 있으며 다음번 회담 일정이 정해지면 그 자체가 성공"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당시 대북조정관이었던 웬디 셔먼은 부시 행정부가 대화에 지나치게 늦게 나서고 있어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더욱 가깝게 다가가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가 그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BBC 방송은 미국이 다소 비공식적인 선택은 할 수 있어도 그 어떠한 공식적인 불가침 조약은 체결하지 않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 뉴스전문채널 CNN은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 미국 대표단이 북한에 대해 양국간 불가침 조약이 핵심 선제조건이 돼야 한다는 북한측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또 평양과 워싱턴이 각자의 차이점을 해소하기 위해 외교적 진전을 이뤘다는 신호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심스런 낙관 = 미국측 대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와 북한측 대표 김영일 외무성 부상은 지난 4월 북한이 핵 무기를 조기 개발해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냉각상태에 빠졌던 양측간 직접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이 북한과 비공식적으로 대화를 진행해 왔다는 사실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켈리 차관보와 김영일 부상의 만남은 미국쪽에서 볼 때 상당히 유연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은 이번 6자 회담이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지속하게 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향후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첫 대화가 됐으면 희망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북한 양측이 단독 대화가 가능하도록 자리를 배치했으며 양측은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2명의 아시아지역 외교관들이 확인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BBC는 이번 회담에서 즉각적인 진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지난 수개월간 협박과 비난을 일삼았던 당사자들이 협상의 테이블에 나오게 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 4월 사담 후세인 정권 몰락을 선언한 이후 진행된 몇차례의 대화에서보다는 한층 더 우호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