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이 길어지는 가운데 기업들은 운송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고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비조합원 운행위협, 차량 파손사건 등이 잇따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운송 방해가 심해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새벽 시간에 회사 직원들이 승용차로 화물차량을 호위해 운송에 나서는 등 제조업체들의 물류 수송이 첩보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지난 23일 울산 A기업에 따르면 이날 새벽 승용차 4대에 2인 1조씩 8명의 회사 직원들을 태워 비조합원의 화물차량 10여대를 호위해 수도권으로 원자재를 긴급 수송했다. 이 회사는 화물차량만 보낼 경우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누구차인지 확인해 무전기나 전화 등으로 운전사를 협박해 운전사들이 화물 수송을 기피하는 일이 발생하자 고육지책으로 직원들이 화물차를 안전하게 에스코트하고 있다. B기업의 경우에도 화물연대 파업 조짐이 알려지자 마자 급하게 비조합원 화물차량 10여대를 구해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감시가 비교적 소홀한 새벽 시간대에 원자재를 운송, 정상 조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C업체의 경우 수출용 물량을 컨테이너에 실은 뒤 선박으로 수출해야 하나 컨테이너 차량을 구하지 못하자 카고 트럭에다 수출품을 실은 뒤 부산항에서 다시 컨테이너에 옮겨 싣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업체는 빈 컨테이너 수송차량을 구하기 위해 부산에 직원 3명을 급파하는 등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공장 자재를 실은 화물차량을 직원들이 호위해야 하는 상황이 개탄스럽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라 경제가 버티는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편 파업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대형 트럭들이 파손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1시30분께 대전시 대덕구 상서동 대전4공단 입구 도로에 주차돼 있던 김모씨(50)의 11t 화물트럭이 유리창이 깨진 채 발견됐다. 또 같은 곳에 세워져 있던 황모씨(38) 소유의 트레일러도 타이어가 찢겨져 있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있던 차량 20여대 가운데 화물연대의 파업 스티커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 2대만 파손된 점으로 미뤄 화물연대 조합원의 소행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24일 오전 2시께 충남 아산시 인주면 밀두리 입체 교차로 아래 도로에 주차돼 있던 이모씨(32)의 25t 화물트럭에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 운전석과 뒷좌석 시트가 불에 타 70여만원의 피해가 났다. 경찰은 이 트럭에 파업 스티커가 없는 점으로 미뤄 화물연대와의 관련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경찰청은 화물연대의 운송거부와 비상운송 방해로 물류 흐름이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국 각 경찰서에 '운송방해 신고센터'를 운영키로 했다. 신고자에게는 최고 50만원의 신고보상금이 지급된다. 대전=백창현ㆍ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