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투신자살 직전의 행적이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4일 정 회장의 가족들과 현대사옥 보안요원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자택을 나선 것은 가족들과 점심식사를 마친 지난 3일 낮 12시께였다. 정 회장이 서울 종로구 현대 계동 사옥에 도착한 것은 같은 날 밤 11시52분.집을 나온 뒤 사옥에 들어가기 전까지 12시간여 동안 정 회장이 무엇을 했는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본사 사옥에 도착한 정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운전기사 김모씨(57)에게 "20∼30분쯤 기다리라"는 말을 남긴 후 현관 안내원 위모씨(30)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집무실로 올라갔다. 그는 이어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과 부인,자녀 3명에게 각각 남기는 A4용지 4장짜리 분량의 유서를 작성해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은 뒤 집무실 문을 잠근 채 평소 차던 시계와 안경도 벗어두고 가로 95cm,세로 45cm의 집무실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린 것으로 보인다. 투신 추정시각은 4일 새벽 1∼2시께. 현대 본사 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 쓰러져 있던 정 회장의 시신은 사옥 환경미화원인 윤창규씨(63)에 의해 4일 오전 5시42분께 처음 발견됐다. 윤씨는 누군가 쓰러져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 마침 출근하던 주차관리요원 경기룡씨(51)를 불러 휴대폰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종로 경찰서에 변사체 발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6시5분께.경찰 출동 직후 나타난 정 회장의 운전기사 김씨는 "전날 회장님이 자정께 사무실에 들어가 나오시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경비원의 연락을 받고 뛰쳐나온 비서실 여직원 최모씨(28)가 "이분은 정몽헌 회장님이다. 어제 새벽까지 사무실에 함께 있었는데…"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따라 오전 7시께 정 회장의 시신임을 최종 확인했다. 정 회장의 시신은 현장 감식을 위해 발견된 지 2시간여 동안 계동 사옥 현장에 있다 이날 오전 8시10분께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한편 정 회장 시신을 처음 발견한 윤씨는 "당시 소나무에 덮여 있어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회색양말에 밤색구두를 신은 사람이 쓰러져 있길래 깜짝 놀랐으나 술에 취한 사람이 자고 있겠거니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주차관리 요원 경씨도 "검정색 티셔츠에 밤색 바지 차림이었는데 평소 쓰고 계시던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아 전혀 회장님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현대 본사 현관 안내원 위씨는 "어제(3일) 오후 10시52분께 본사 로비에서 근무하던 중 회장님이 후문에 도착하셨다는 연락을 받고 의전준비를 해 홀로 차에서 내리는 회장님을 모시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까지 올라가 회장실 문을 열어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회장님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사무실로 들어가시며 30분 후에 내려올테니 근무 계속하라고 말씀하셔서 1시경까지 기다리다 나오시지 않아 내려왔다"며 "결국 30분 후에 나오시겠다던 말이 회장님 생전의 마지막 말이었던 셈"이라고 울먹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