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위대의 독자방어 기능 강화와 해외파병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들을 잇따라 내놔 주변국들의 우려감이 표면화되고 있다. 일본이 최근 추진 중인 안보체체 강화 방안은 △위기관리체제 정비 △독자방어기반 강화 △해외파병과 무장 확대 △개헌 및 전수(專守) 방위정책 전환 움직임 등으로 집약된다. 일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빌미로 지난 3월 길이 1m의 지상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4기를 발사한 데 이어 오는 9월엔 2기를 추가 발사할 계획이다. 자위대의 작전반경 확대를 위해 2005년까지 헬기 4기를 탑재하는 경항공모함급 대형호위함(1만3천500t) 2척과 공중급유기 4기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 2005년까지 미국으로부터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도입해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4척과 항공자위대의 6개 대공미사일부대 가운데 1개 부대에 우선 배치하는등 독자방어 기능도 확충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위대의 해외파병과 무장확대, 전수 방위정책 전환 움직임등은 주변국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일본은 아프간전쟁을 계기로 2001년 9월 '테러대책특별법'에 이어 27일 이라크전쟁 지원을 명목으로 '이라크 부흥지원 특별조치법안'을 채택했다. 이라크 지원법은 과거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참여와는 달리 파견 대상국인 이라크의 동의 확보절차를 생략했고 자위대의 교전 가능성도 사실상 문제삼지 않았다. 더욱이 일본은 자위대의 파병 때마다 한시법을 제정하는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그 어떤 조건과 지역에도 구애되지 않는 항구적 해외파병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28일 항구적 해외파병법 제정과관련,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해석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논의도 있다"고 말해 그동안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금지돼 있는 것으로 봐온 헌법 제9조의 해석 변경을 강력히 시사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와 관련, 28일 논평에서 "헌법과 다른 법들의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해외파병의 법적 기틀을 세워 해외팽창을 영구 고정화하자는 것"이라고비난했다. 이 신문은 22일 논평에서 "일본이 무력 현대화와 군사대국화를 우리의 핵 및 미사일 위협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며 "일본의 군사정책은 우리를 반대하는 것으로 일관돼 있으며 그를 위해 미국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보다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조선도 같은 날 논평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와 자위대의 현대화를 방임해두면 앞으로 조(북)-미 핵 대치 상황과는 비교할 바 없는 복잡하고 위험한 사태가조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외교부 쿵취앤(孔泉) 대변인도 "일본이 전수방위를 진실로 견지하는 것이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내 학자 및 안보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만큼 냉철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통일연구원 국제관계연구실 배정호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미-일동맹의 강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을 지향한 일본의 국제사회에서의 군사적 역할 확대 등의 전략적 목적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적인 차원의 배일(排日)을 배제하고 용일(用日)을 지향하는 전략적인마인드로 일본의 군사대국화 견제를 위한 대아시아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주장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관계자는 "북한 핵 위기를 기회로 안보관련 법과 제도를 급속히 정비하고 있는 일본이 보통국가(normal state)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특히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두고 헌법 해석 변경 주장이 일고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IDA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본과 미국은 지난해 말 양국 안전보장협의위원회(SCC) 회의에서 9.11테러와 북한 핵 파문이후 새로운 안전보장 환경에 대해 공조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일본의 안보체제 강화에는 일본을 내세워 아시아 주둔 경비 절감과 군비 확장에 대한 비난 여론을 피하려는 미국의 전략적인 의도도 개입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