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이슬'은 어디로 가는가. ㈜진로의 진로(進路)가 주류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최고의 주류 브랜드인 진로의 향배에 따라 주류업계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전선이 골드만삭스에 이어 2대 채권자로 급부상,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전선 어떻게 매집했나 대한전선은 지난 6월10일 1차로 액면가가 7백93억원인 진로 채권을 6백40억원에 샀다. 이어 한달 뒤인 7월10일 2차로 1천8백2억원어치의 채권을 1천7백50억원에 추가 매입했다. 2개월 새 2천5백95억원어치를 사들인 셈이다. 대한전선은 주로 담보부채권을 사들였다. 진로가 발행한 담보부채권이 약 3천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담보부채권에 관한 한 대한전선이 최대 채권자다. 골드만삭스의 진로 채권 보유액은 3천3백억원이나 담보부채권은 5백억원선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이 채권을 사들인 곳은 투자펀딩회사인 호크아이즈. 호크아이즈가 옛 서울은행으로부터 일괄 매입한 뒤 하나은행에 예치해 둔 물건이다. 호크아이즈는 올 초 대한전선의 매입 의사를 확인한 뒤 하나은행측에 매각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로는 탐나는 브랜드 진로는 출고가가 한 병에 7백40원에 불과한 소주 하나로 연간 1조5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증류주 판매 2년 연속 세계 1위,국내 소주시장 점유율(54%) 1위,브랜드 가치 1조원 이상…. 매력 포인트가 한둘이 아니다. 진로는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에도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과시했다. 올 상반기 불황도 아랑곳없이 소주 판매량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7.3%나 늘렸다. ◆달라진 진로 매각 구도 대한전선이 2대 채권자로 등장함에 따라 진로 인수전의 판도가 달라졌다. 대한전선 측은 "투자 목적일 뿐 진로 인수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류업계는 대한전선이 쌍방울에 투자하는 등 업종전환을 시도한 점을 들어 의사가 있다고 생각한다. 목적이야 어떻든 대한전선은 진로의 향배에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다음달 27일 열리는 채권자 집회에서 대한전선이 반대하면 정리계획안이 부결될 수 있다. 최대 채권자로서 진로를 법정관리로 몰아넣었던 골드만삭스도 대한전선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대한전선이 국내채권단 편에 서 골드만삭스 등의 요구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면 골드만삭스와 대한전선이 연합할 가능성도 있다. ◆인수자로 거론되는 업체들 대한전선이 부상되기 전부터 롯데 두산 하이트맥주 등이 진로 인수 가능업체로 거론됐다. 각사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그럴 듯한 이유가 나돌았다. 롯데 계열 롯데칠성은 2년 전 소주 시제품인 '한송이'를 만든 적이 있다. 주류업체인 두산은 진로에 대해 관심이 컸다. 하이트맥주는 고위인사가 장진호 전 진로 회장을 만났다고 알려졌다. 지방 소주사들이 수도권시장 진출이라는 숙원을 이루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돈다. 외국 투자회사들과 국내에 들어와 있는 위스키 회사들도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진로 채권단은 연말까지 두세 차례 더 회의를 열어 정리안을 확정한 뒤 내년 봄 정리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는 채무조정이 일정 수준 정리된다면 진로를 인수하려는 기업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