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의 전통적 중심 국가인 이집트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의 대표성과 합법성에 대해 이틀 연속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흐메드 마헤르 이집트 외무장관은 27일 이라크 국민이 자신들의 정부를 선택하고 외세의 간섭없이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헤르 장관은 특히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는 이라크 국민을 대표하지 않기 때문에 합법 기구로 볼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유엔과 국제사회가 이라크에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헤르 장관의 발언은 미 점령군이 통치권을 이라크인들에게 조속히 이양하지 않으면 더욱 거센 무장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경고 하루만에 나왔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전날 대학생들과의 연례 모임에서 미국이 이라크 신정부와 선거일정을 확정하지 않으면 혼란이 지속되고 폭력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또 미군이 40만명의 이라크 정규군을 해체함으로써 실업과 범죄문제를 악화시켰다고 비판하고 "군대 해체는 실수"라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지난 22일에도 이집트 왕정을 무너뜨린 자유장교단 혁명 51주년 기념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이라크 신정부가 조속히 출범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당시 대 국민 TV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혼란이 중동 전역에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만이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집트 최대 관영 신문인 알 아흐람도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두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 미군의 결정을 `이중 잣대'라고 맹비난했다. 아흐람은 이라크전 개전 첫날 이라크 TV가 숨진 미군의 시신을 공개하자 미국과 서방 언론은 이를 비난하는데 혈안이 됐었다면서 두 사안을 놓고 미국은 이중적 잣대를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라크가 당시 미군 시신을 공개한 것은 제네바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그러나 미국도 똑같은 행위를 저질렀으며 특히 우다이와 쿠사이의 시신 사진을 공개한 것은 더욱 나쁜 처사라고 말했다. 아흐람은 전날에도 미군이 막강한 화력과 병력으로 우다이 일행을 포위하고도 6시간이나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는 것은 미군의 능력이 예상보다 약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미군이 당시 헬기와 탱크, 200명의 병력으로 우다이 일행인 은신중인 주택을 공격했지만 6시간 동안 격렬한 저항을 받았다면서 이는 앞으로도 미군이 이라크에서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음을 예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공개적으로는 반대했지만 묵시적으로 지지했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왔다. 이집트는 지난 13일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가 출범한 뒤 이라크 신정부 구성을 향한 긍정적 조치하고 일단 환영했으나, 추후 과도통치위의 대표성과 합법성에 잇달아 의문을 제시하는 비판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