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에 연행, 가혹행위를 당한 끝에 5천만원을 강제 헌납했던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제기해 1.2심에서 승소했지만 대법원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지법 민사3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24일 정모(81)씨가 국가를 상대로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법 146조에는 법률행위의 취소를 `추인할 수 있는 날로부터 3년, 법률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5천만원을 피고에게 증여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1980년 9월18일로부터 10년이경과할 때까지 증여의사를 취소했다고 볼만한 자료가 전혀 없어 취소권이 소멸했다"고 밝혔다. 정씨측은 이에 대해 "민법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국가가 부당한 영향력을 10년 이상만 지속시키면 아무도 국가를 상대로 부당한 증여를 취소할 수 없게되므로 국가가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헌법의 기본정신과 정의의 관념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그러나"원고에게 그같은 사유가 있다고 해서 민법 146조의 취소권을행사할 수 있는 기한이 달라질 수 없고 이같은 민법 146조의 해석이 헌법정신이나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고도 할 수 없다"며 기각했다. 정씨는 지난 80년 9월 계엄사 산하 합수부에 `부정축재 조사'를 명목으로 영장없이 끌려가 열흘간 외부와 단절된 구금상태에서 잠을 안재우는 등 가혹행위를 당하며 국방부 공무원과 결탁해 부당한 이득을 취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정씨는 합수부가 3억원 헌납을 요구해 거절한뒤 아들까지 연행돼 조사를 받자 5천만원을 내기로 했으며 합수부는 증여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으로 군법무관인 변호인을 시켜 정씨의 대리인으로 `국가에 5천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화해조서까지 작성케 했다. 정씨는 지난 97년 국가를 상대로 화해조서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취소판결을 받고 99년 7월 국가를 상대로 5천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내 2000년 1심과 2001년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원고패소 취지로 이 사건을 돌려보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