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 지주회사제도가 참여정부 기업개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를 먼저 도입한 LG그룹 등에 나머지 기업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15일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LG 농심 이수그룹 등에 따르면 재계 30위권에 드는 대기업뿐 아니라 50대 중견그룹까지 지주회사 도입과 관련한 상담요청이 '지주회사 선배들'에게 잇따르고 있다. 문의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주주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적은 비용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갖출 수 있는 방안을 물어본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자회사 숫자가 비교적 단출한 중견그룹인 Z사는 "우리 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기는 쉬운데 대주주가 내야 할 세금을 줄일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견기업인 Y사는 "사실상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주력기업을 분할해 지주회사를 세우는 것과 아예 새로운 지주회사를 두는 것 가운데 어떤 게 더 효율적이냐"고 자문을 구해왔다. 심지어 X사는 자신들의 내부지분율과 사업구조 등 그룹의 '핵심 비밀'까지 내보이며 해답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이와 함께 "지주회사가 되면 후계구도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민감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안팎의 눈치를 보는 기업들은 이밖에도 △상호출자나 지급보증을 해소하는 방안 △상장 자회사 주식과 비상장사 주식을 맞교환할 경우 비상장주식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소액주주 설명은 어떻게 하고 주가관리방안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상장사가 비상장사로 전환할 경우 각종 불이익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등 '돈'과 직결된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꺼내놓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대부분 회사명 밝히기를 꺼리지만 상담을 원하는 곳 가운데는 자금력이 풍부한 알짜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LG 등은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곳에서는 회사별로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외부전문가들을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LG 고위관계자는 "모든 사업부문을 안고 가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지주회사에 편입시킬 자회사와 버려야 할 사업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