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14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을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기가 최악상황이라는 현실을 인정했다는 것과 그 돌파구를 기업 투자 확대에서 찾겠다고 밝힌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도권 입지 규제로 공장 증설에 차질을 빚어온 삼성전자와 쌍용자동차 등은 규제가 풀리게 된 것을 반기면서 계획했던 투자를 집행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공장입지규제 등이 완화되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3조6천5백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를 합해 연내에 14개그룹에서만 29조5천4백억원의 투자가 이뤄지는 등 경기활성화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라며 정부가 구체적인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주문했다. ◆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 전경련은 이날 공식 발표문을 통해 "정부가 현재의 경제상황을 침체국면으로 보고 경제여건의 개선이 없다면 연간 3%의 성장도 달성하기 어려운 위기국면으로 인식한 점에 대해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 경제정책 기본방향을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과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한 기반조성에 둔 것은 바람직한 방향설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우리경제가 장기 불황조짐을 보이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시점에서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투자활성화에 맞춘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대기업들도 정부의 투자활성화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삼성은 "기업들이 목소리를 높였던 규제완화, 노사안정 요구가 받아들여져 이 부문에 정책의 포커스를 맞추기로 한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반겼다. LG는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높여주는 일은 경기진작은 물론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적절한 방향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외국인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태미 오버비 수석부회장은 "자유무역협정(FTA)이 많을수록 한국의 경쟁력은 높아진다는 점에서 FTA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표명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ㆍ쌍용차 투자 집행 채비 삼성전자는 정부가 이번에 대기업에 대한 수도권 입지규제를 해소, 기흥공장 증설이 허용되게 되자 규제 완화가 결정되는 대로 곧바로 부지매입 등 투자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흥공장 증설을 위해 올해 3조5천억원을 투자하는 등 2010년까지 모두 75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쌍용차도 정부의 수도권 공장 규제완화 방침에 대해 일단 환영을 표시했으며 향후 일정이 차질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속한 법 개정 등을 기대했다. 쌍용차는 이번 평택 공장 증설안이 허용되면 6만평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현재의 연산 18만대 규모를 2007년까지는 40만대 체제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쌍용차는 평택공장 증설을 위해 올해 4천5백87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 2003∼2005년 사이 1단계로 1조4천2백8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어 2006∼2007년 2단계로 3천9백65억원을 추가로 투자, 총 1조8천여억원을 신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 핵심규제는 여전, 후속조치도 시급 전경련은 기업들의 투자에 보다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한, 노사안정, 부채비율 2백%의 획일적 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조사본부 유재준 부장은 "방향은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항목 등이 명기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미진하다"며 시행령 등 후속조치를 빨리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한상의는 "증권분야 집단소송제의 입법은 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기업가치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우려가 높으므로 대책을 마련한 이후 입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처리를 주문했다. 경총은 "경제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사관계 안정이므로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도 노사관계 안정에 최우선을 두고 전 부처가 통일된 입장을 유지하며 일관성 있게 대처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인력개발에 대한 세제혜택을 확대해 주고 중소기업으로 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를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잡은 만큼 조속히 후속조치를 마련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을 높여 실질적인 성과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